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 알지노믹스가 리보핵산(RNA) 교정 기술을 활용해 난치성 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안에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둬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하는 게 목표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사진)는 9일 기자와 만나 “RNA 편집 플랫폼인 ‘트랜스 스플라이싱 라이보자임’(TSR)을 개발했다”며 “단일물질은 물론 플랫폼까지 패키지로 기술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0년대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며 TSR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듀크대는 세계 처음으로 TSR을 개발해 논문까지 냈다. 이후 단국대 교수로 근무하며 TSR 연구를 이어온 그는 2017년 알지노믹스를 창업했다.
2000년대 이후 나쁜 단백질 생성 등을 억제하는 RNA 간섭(RNAi) 기술이 크게 유행하자 세계적으로 TSR 연구는 주춤해졌다. TSR을 신약으로 쓰려면 편집이 필요한 RNA까지 전달할 운반체가 필요하지만 해당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바이러스 운반체(벡터)를 사용한 유전자 치료제가 등장하자 전달체 문제가 해결돼 TSR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RNA는 세포 핵 안에 있는 DNA가 저장한 유전 정보를 다른 부위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DNA는 잘못 편집하면 복구가 어렵지만 RNA는 다르다. 이 대표는 “TSR은 하나의 물질로 암 사멸을 돕는 RNA를 발현시키는 동시에 암 성장에 영향을 주는 RNA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TSR 기술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RZ001’은 미국과 한국에서 간암과 악성 뇌종양(교모세포종) 1/2a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패스트트랙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동물실험 단계에선 면역항암제 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위스 로슈는 RZ001와의 병용 연구를 위해 간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을 무상 지원했다. 셀트리온도 간암 치료제인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지원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