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소리글자를 씁니다. 뜻글자에 견주어 어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을 익히다가 그 뿌리를 알게 되면 여간 반갑지 않은 이유입니다.
인문학자 최봉영이 쓴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은 [활짝]과 [살짝]이 화살과 관련된 낱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니 화살은 활과 살이었네요. 리을이 탈락하여 화살이 된 것이지요. 그 활과 살이 짝과 짝을 이뤄 활짝, 살짝이 되었다는 줄거리입니다.
활을 팽팽하게 당겨서 한껏 펼쳐지도록 하는 움직임의 모양새가 활짝이고요. 엄지와 검지로 활에 살을 살포시 실어서 가만히 쥐고 있다가 미끄러지듯이 날아가도록 하는 움직임의 모양새가 살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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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고형규]
익숙한 말들이니 몇몇 용례만으로 말맛을 음미합니다. 문이 밖으로 활짝 열리면서 소년의 머리 하나가 마중이라도 하듯 불쑥 나타났다. ≪홍성원, 육이오≫ / 사내가 두 팔을 활짝 벌려 기지개를 켜면서 의자에 앉았다. ≪김성동, 잔월≫ / 눈에 걸리적거리는 장애물 하나 없이 시계는 전면에 활짝 만개되어 있었다. ≪윤흥길, 묵시의 바다≫ / 앞뜰 큰 목련나무는 잎이 돋아나기 전부터 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 보름 동안 계속된 장마가 활짝 개긴 했으나 아직 강물이 줄지 않아 서울 가는 배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기원, 조선백자 마리아상≫ / 명욱의 그 얘기는 구원이었다. 내 얼굴이 활짝 밝아진 모양이었다. ≪이병주, 행복어 사전≫
그는 모임에서 살짝 빠져나갔다 할 때 살짝은 '남의 눈을 피하여 재빠르게'라는 뜻입니다. 책에서 다룬 살짝은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하는 의미에 가깝고요. 숙주나물은 살짝 데쳐야 제맛이다 / 그는 그 정보를 내게만 살짝 알려줬다, 할 때 살짝은 '심하지 않게 아주 약간', '표 나지 않게 넌지시'를 각각 표현합니다.
활짝 당겨진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향합니다. 적중(的中. 과녁 적 가운데 중)입니다. 짝짝짝. 과녁은 한자어 관혁(貫革. 꿸 관 가죽 혁)이 바뀌어 굳은 말입니다. 가죽으로도 표적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봉영, 『묻따풀(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묻따풀학당, 2025, pp. 210-212 인용
2. 국궁신문, 일상에 쓰는 활 용어, 고사성어 ① (입력 : 21.02.03 21:36 | 수정 : 21.04.22 21:36) - http://archerynews.net/news/view.asp?idx=2038 / 과녁, 적중 참조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4.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0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