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환경 따라 받치고 안 받치고, 귤화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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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때 차례를 매기며 근거를 나열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첫째하고 둘째까지는 손이 쉽게 나갑니다. 세째부터는 더러 심란해집니다. 세째인가 셋째인가, 갈등합니다. 교열기 도움을 받으면 물론 되지만, 이참에 어느 쪽이 맞는지 익혀봅니다. 순서를 나타내는 -째 표현에서는 모두 받침을 쓰는 게 원칙입니다. 셋째, 넷째 하면 되는 게지요.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 열째 하고요.

수를 세는 단위와 함께 쓰일 때는 다릅니다. 한 사람, 두 명, 세 묶음, 네 자리 합니다. 자연스럽게 보여서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것을 하나 사람, 둘 명, 셋 묶음, 넷 자리 하지는 않잖아요.

동사 알다 어간인 [알]과 연결 어미 [-다시피]가 만난 말, [알다시피]도 바로 그렇게 리을(ㄹ)을 받쳐 줍니다. 다른 환경에서는 ㄹ 탈락이 자주 일어납니다. 어간 끝소리가 ㄹ이면 ㄴ, ㅂ, -오, -시 앞에서 ㄹ이 빠집니다. 아는 사람, 그 사람 압니다/아오/아시오 하고 활용하는 것이지요. -다시피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아다시피]로 쓸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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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제공 국립국어원. 서울 강서구 방화동 국립국어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회남의 귤을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환경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말이지요. 언어의 세계, 말글의 누리라고 다를 리가요. '환경에 따라 성질이 변한다'. 정확하게 그러하지요.

제도냐 사람이냐 하는 논쟁이 반복됩니다. 닭이 먼저냐 닭알(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하게도 보입니다. 이런 다툼에서 귤화위지와 함께, 딱 하나 더 유념할 것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정치는 진리 추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건설적 방법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옳은 것도 중요하지만, 더 현실적으로 나은 것이 뭔지 헤아려야 한다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KBS한국어진흥원, 『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 형설출판사, 2008 (p.234, p.237.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09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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