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주어에서 술어까지 너무 멀어 숨이 차다

1 hour ago 1

① 나는 회사 동호인 모임인 바둑회 백전백승 대표를 비롯한 사내 동료들이 바둑 실력 향상을 이유로 나의 바둑회 가입을 연일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 ② 나는 회사 바둑회에 들라는 사내 동료들의 요구를 비판한다. 바둑회 백전백승 대표 등 동료들은 가입해야 내 실력이 늘 거라고 매일 말한다.

이미지 확대 우리말 사전들

우리말 사전들

한글학회 홈페이지 캡처

문장으로서 보이는 ①의 단점은 여럿이다. 우선 길다. 글자만 쳐도 64자다. 읽다 숨넘어가겠다. 뜻도 모호하다. 누구의 실력 향상인가. 비판하는 대상도 흐리멍덩하다. 반복되는 요구인지, 실력 향상을 이유로 한 요구인지. 결정적으로 주어(나)가 목적어(요구하는 것)와 너무 떨어졌다. 술어(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와도 그렇다.

②로 바꿔 쓴다. 기니까 문장을 둘로 쪼갰다. 각각 24자, 31자다. 누구의 바둑 실력 향상이냐고? '나'다. 비판하는 대상은 또 뭐냐고? 그건 가입 요구라고 첫 문장에 못 박았다. 둘로 나누니까 각 문장 안에서 주어-목적어, 주어-술어 간 거리도 자연스레 줄었다. 읽기가 편해졌다.

이미지 확대 '통사론' 정의

'통사론'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②는 한 예일 뿐이다. 더 나은 쓰기가 필요하다. '길면 쪼개라'는 뻔한 경구이지만 왕왕 잊는다. 쉽게 읽히고 뜻도 분명하다면, 길다고 무작정 쪼갤 일도 아니다. 써놓은 문장이 뭔가 석연치 않다고 느껴져 뜯어보면 흔히 발견되는 원인은 따로 있다. 주어-목적어, 주어-술어 간 원(遠)거리 문제다. 둘은 가까이 둬야 한다. 그들 사이에 놓일 부사어 덩치를 줄여라. 주어와 목적어를 꾸미는 관형어도 다이어트하라.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남영신, 『문장비평』, 한마당, 2000

2.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까치글방, 2009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8월24일 05시55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