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본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2017)은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한다. “인간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AI) 신체를 갖게 됐다. 인공 신체에 인간의 뇌를 접목함으로써 인간과 로봇의 뛰어난 특성이 결합할 것이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다음과 같이 이어간다. “기계는 지휘할 수 없어요. 지시에 따를 뿐이죠. 상상이나 보살핌, 직관도 불가능해요. 하지만 인공 신체와 인간의 정신을 가진 미라(Mira)는 그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이 가능하죠.”
마셜 매클루언은 모든 기술이 인간의 확장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는 발의 확장이고 총은 이빨의 확장이다. 매클루언이 살아 있었다면 휴대전화는 인간 귀와 입의 확장이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AI 에이전트 역시 인간의 확장 개념이다. 인간은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언어 처리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 에이전트(Agent)는 행위자(行爲者)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 반대는 사고자(思考者)다. 즉 AI 에이전트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 법인 또는 다른 AI 시스템에 의해 소유되거나 명령받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독립적인 AI 시스템이란 인간, 법인 등의 설계, 소유, 명령, 유지보수 없이 스스로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 자기 개선 및 재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하지만 완전히 독립적인 AI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공상과학 속 이야기일 뿐이다. 오늘날 AI 시스템은 인간이나 기업의 감독 아래에 있다.
1968년 허버트 A 사이먼은 <더 사이언시스 오브 디 아티피셜(The Sciences of the Artificial)>에서 인간이 설계한 인공 시스템도 자연 현상처럼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5년 마빈 민스키는 <더 소사이어티 오브 마인드(The Society of Mind)>를 통해 인간의 정신이 수많은 단순한 ‘에이전트’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사회적 구조임을 보여줬다. 이제 우리는 인간과 AI 에이전트가 어우러져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마주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범용지능 로봇, 그리고 인간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패러다임을 탐구해야 한다.
기업은 자신과 접점이 있는 모든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 구성원 역시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모든 공무원이 자신의 에이전트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처음엔 인간보다 부족하고,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화분에서 새싹이 자라나는 과정처럼 AI 에이전트와 범용지능 로봇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가꿔야 한다.
앞으로는 사회 각 부문에서 AI 에이전트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국가가 발전할 것이다. 마치 인간 이빨의 확장인 총을 먼저 개발하고 도입한 국가가 발전한 것과 같다.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퇴근하기 전 AI 에이전트와 범용지능 로봇이 충분히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주말이 되면 AI가 더욱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문화가 정착된 기업과 국가, 개인이 번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