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점점 세지고 있다. AI가 인간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명령의 최대 길이는 현재 기준 한글로 1억 글자다. 이런 것을 ‘콘텍스트 길이’라고 하는데, 지난 5년간 매년 5배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오픈AI의 GPT-4o는 약 12만4000자다. 기업용은 1억 글자도 있다. 이제 개인이나 기업은 AI에 최소 12만 자, 최대 1억 글자로 명령할 수 있다. 이런 명령을 제대로 하려면 개인과 기업 자체가 똑똑해야 하고 AI에 명령을 잘 내리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 교육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명령을 잘 수행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보다는 AI에 창의적으로 똑똑하게 질문과 명령을 내리는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2022년 11월 글자만 생성하던 AI가 2023년 4월에는 그림을 생성하고 해석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AI가 한 번의 입력으로 생성하는 영상의 길이는 매년 4배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오픈AI의 ‘소라’는 현재 1분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엔 두 시간 영화 분량의 영상을 한 번의 입력으로 생성하는 세상도 상상이 가능하다.
올 2월부터는 30쪽 보고서를 10분 만에 생성하는 ‘딥리서치’라는 기능이 AI 서비스마다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한 달에 20달러를 내는 챗GPT 플러스 회원은 한 달에 10번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다. 필자는 1개월에 10번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 한 달에 200달러를 내는 챗GPT 프로 회원에 가입했고 한 달에 120번 쓸 수 있게 됐다. 딥리서치는 지식근로자에게 애지중지할 만한 큰 선물이다.
챗GPT 프로 회원에 가입하니 혜택이 하나 더 늘었다. 에이전트 서비스 오퍼레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글자, 그림, 영상, 보고서를 생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 대신 일을 할 수 있다. “배우 이영애의 최근 연극 티켓 예매해줘” “임윤찬 공연이 언제 또 있는지 알아봐줘” “내일 제주도에서 김포공항 올라오는 비행기 찾아줘” 등의 일을 시켜볼 수 있다.
아직은 좀 답답한 비서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필자의 연구팀은 여러 택시 앱을 열어서 그중 가장 빨리 택시를 잡아주는 에이전트, 소상공인이 상품 페이지 링크만 집어넣으면 고객과 대화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에이전트, 개인 사용자가 사고 싶은 물건을 대화로 이야기하면 이를 전문적으로 구입해주는 에이전트, AI 유권자를 1만 명 정도 만들어서 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하는 방법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2년 안에 모두 현실화할 것이다.
지난 5년간 AI 모델의 사용 비용(가격)은 매년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기업 딥시크의 비용 혁신을 감안하면 같은 크기의 AI를 개발하는 비용도 매년 10분의 1로 줄어들고 있다. 딥시크는 챗GPT 유료 버전 수준의 성능을 80억원 정도의 비용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AI 모델을 돈을 많이 들여 개발했다는 말은 자랑이 아니라 조금 바보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필요 없이 학습시킬 수 있는 AI 모델 비트넷을 발표했고, 중국의 아이플라이텍은 화웨이가 개발한 칩만 가지고도 학습시킬 수 있는 AI 모델을 발표했다. 모두 이달 발표된 일이다. AI는 이렇게 매일 저렴해지고 매일 가벼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