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했다 사실은 나쁘다고 아주 나빠 보인다고
그가 말했다 폐 한쪽에서만 서른두 개까지 세다가
그만뒀다고(중략)
내가 그 말을 완전히 소화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잠시 동안 그리고 그도 나를 마주보았다 그때였다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사내의 손을 잡아 흔든 건
여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주어본
적이 없는 걸 내게 준 사내
아마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던 것 같다 습관이란 게무서운 거라
―레이먼드 카버(1938∼1988)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진짜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죽음을 알고 보고 겪지만, 자신의 죽음만은 오지 않을 미래처럼 여긴다. 어쩌면 죽음을 믿지 않아야 삶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날 의사를 만나 “여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주어본/적이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감이지만, 당신은 곧 죽게 됩니다. 화자는 의사에게 “아주 나빠 보인다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는 담담하게 의사의 말을 전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기묘한 아이러니를 포착한다. 화자는 죽음을 선고받은 자리에서조차 의사에게 악수를 건네고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한다.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라” 한사코 삶의 관성에 붙들려 삶의 방식을 따르려는 몸을 보여준다.
레이먼드 카버는 단편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시와 소설을 같이 썼다. 그에게 시는 그냥 한 번 써보는 장르가 아니었고 평생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카버의 소설엔 시가 들어 있고, 시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박연준 시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week ago
5
![[사설] 자율주행 거리 테슬라가 韓 1200배, 경쟁 되겠나](https://www.chosun.com/resizer/v2/HBRDSYZSMFQTSNRZGJRDOZBRGI.jpg?auth=7ac8b52398b653a0f5dcfffb986c1224b697f51637a4531bd5b50581200faa55&smart=true&width=654&height=368)
![[팔면봉] 일부 與 후보, 우호적인 친여 유튜브엔 나가면서 양자 토론회는 ‘기피’.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국힘 인구 51만 시흥시장 무공천, ‘경기도 포기당’으로 가나](https://www.chosun.com/resizer/v2/GU3TGZRRG5RDMYJRGRSTENJUG4.jpg?auth=4b2eae5cf2f8f4e1cb577283d6af957cbb800f284854573bf6bc69a13ab01efb&smart=true&width=3300&height=1827)
![[사설] “새마을운동, 박정희 성과” 국민통합 실천으로 이어져야](https://www.chosun.com/resizer/v2/G5QTAYZTHBRTEMBXMNTGIZRRMU.jpg?auth=d9c155b10bee3b8533cc505674d34b1567b26b9cf1eaae9e7c00cf777d095ea4&smart=true&width=3900&height=2691)
![[박정훈 칼럼] ‘우리가 분노 안 하면 그들이 개돼지로 볼 것’ 2](https://www.chosun.com/resizer/v2/SNU6Z2T7D5FPFOV5RU7SQYCRGQ.png?auth=8706222c40791eea37121382644492ea5bb4f71a3903720bd1b454569f16705b&smart=true&width=1200&height=855)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340] 영화관과 호텔의 절묘한 결합](https://www.chosun.com/resizer/v2/3AIVNJRUDNHTNJDJ44OS5GD63M.png?auth=51a9adf98d006d325eaec10351f557310ea365d4b3e00d942678efb33fea814f&smart=true&width=500&height=500)
![[태평로] 벨라루스 올림픽 복귀로 본 선택적 정의](https://www.chosun.com/resizer/v2/QL5SSLS6P5AQJK6VO7L2GN7QBM.png?auth=321e5293ea764d537cef16bfdf5ce75f66eec994f8aed120b4c620c8eab3c5e5&smart=true&width=500&height=500)
![[정수윤의 길을 걸으며] [29] 영혼을 위로하는 죽 한 그릇](https://www.chosun.com/resizer/v2/FF6HEEAU2JHKPKHIKEFN3GI7TA.jpg?auth=66fcedf62923f6dccedf57ed80b60f60f57aeaa83389d603012d35a8a10ced93&smart=true&width=1977&height=1418)



![[사설] ‘AI 괴물 해커’ 등장, 북한이 가장 관심 있을 것](https://www.chosun.com/resizer/v2/4VXZD5TPHZJIXRV5YQ4T2ETGLQ.jpg?auth=67f6c152837c4859d2d377d7790c043d6ead2ef97e5bc8589c6f83789aa94a72&smart=true&width=720&height=532)

![[천자칼럼] 인간 이긴 로봇 마라토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