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의 초과이익 사용법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이때 아테네 시민들은 각각 10드라크메(고대 그리스 화폐·단수형은 드라크마)씩 나눠 가지려 했다. 고대 아테네에서 시민권은 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는데 그 수가 3만∼4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3만5000명으로 치면 35만 드라크메가 뿌려지는 셈이었다. 당시 드라크마는 순은 4.3g으로 주조됐다. 1드라크마는 숙련 노동자의 하루 임금으로, 4인 가족의 3∼4일 치 식료품비였다고 한다. 어림잡아 계산하면 현재 우리 돈 20만 원 정도로, 은광의 발견으로 아테네 시민 한 명에게 약 200만 원씩 돌아갈 수 있었다.
10드라크메보다 200척의 전함
그런데 아테네 시민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 도시국가의 군사와 행정을 책임지던 집정관 ‘아르콘’이었던 테미스토클레스는 돈을 배분하는 대신 해군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아테네가 보유한 전함 수를 70척에서 200척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횡재를 나눠 가지자는 쪽과 해군을 강화하자는 쪽이 팽팽히 맞섰으나, 최종적으로 시민 투표를 통해 해군 강화안이 통과됐다. 전함을 건조하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에 후자가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본 하층계층의 동의가 주효했다.이렇게 증강된 해군 덕분에 얼마 후 아테네뿐만 아니라 그리스 도시국가 전체의 명운이 갈린다. 기원전 480년에 벌어진 제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아테네 함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백만대군 앞에 수세에 몰리던 그리스는 살라미스섬 앞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전쟁의 승기를 잡는다. 당시 1000척이 넘는 페르시아 함대에 맞서 싸운 그리스 연합함대의 전함 수는 370척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200척이 아테네의 전함이었으니 사실상 살라미스 해전은 아테네 해군의 승리였다.
대규모 은광에서 얻은 초과수익으로 군사력을 강화한 덕분에 아테네는 페르시아 제국의 팽창을 저지해 고대 그리스 문명을 존속시킬 수 있었다. 만약 페르시아가 이때 승리했다면 막 태동한 그리스 민주주의도 꽃피지 못했을 것이고, 고전 미술이라는 역사상 손꼽히는 미술의 황금기도 역사책에서 찾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는데, 2500년 전 아테네 시민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놓고 벌인 고민은 지금 우리의 상황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적 호황으로 얻은 초과이익 또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선택지조차도 과거 아테네 때와 마찬가지로 분배와 재투자, 양쪽으로 나뉘는 것 같다. 여기서 아테네 시민들이 내린 선택은 그들의 몫이고,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될 것이다.그런데 만약 역사의 평행이론이 한 번 더 반복된다면 지금 우리가 내린 결정이 짧으면 수년 안에 우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 사실 해군력 강화를 선택한 아테네는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후 완전히 다른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 1000개가 넘는 그리스 도시국가 중 ‘원톱’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파르테논 신전 어떻게 탄생했나

“군 복무를 통해 젊은이와 강한 자들은 충분한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페리클레스는 훈련받지 않은 노동자 집단도 일을 통해 군사적 성공으로 얻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민회에서 거대한 건축 프로젝트를 주창했다. 따라서 시민들도 군인이나 전함의 해병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공공자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돌이나 청동, 상아, 금, 흑단, 사이프러스 나무가 기본 재료가 됐다. 이를 다루기 위해 수많은 기술자가 필요했다. 목수나 주형공, 구리 세공인, 석공, 금은 세공인, 상아 장식공, 화가, 직물 디자이너, 부조를 제작할 조각가들이 일했다. … 기술자나 노동자들은 지휘관이 있는 부대처럼 조직돼 기계처럼 착착 일해 나갔다. 이처럼 다양한 공공사업을 통해 부(富)는 시민 전체에게 잔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이 기록을 보면 아크로폴리스 재건 사업은 아테네 시민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일종의 뉴딜 정책이었다. 돈을 그냥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도 꾸미고 일자리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안이었던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진행한 아크로폴리스 재건 계획의 규모는 대단했다. 경쟁국인 페르시아가 건설한 페르세폴리스에 뒤지지 않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짓고자 했다. 아고라부터 이어져 아크로폴리스로 들어오는 서쪽 입구에만 거대한 대문들이 지그재그로 5개 동 세워졌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의 호화로움은 자신들의 수호신 아테나 여신을 모시는 파르테논 신전에서 정점을 찍는다. 지금은 상당 부분 파괴됐지만 10m가 넘는 석조 기둥 46개가 에워싸는 형태로, 웅장한 규모가 여전히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때 투입된 재정은 천문학적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르테논 신전에 세워진 아테나 여신상의 건립에만 순금 1144kg, 약 2500억 원이 들었다고 전해진다. 12m 규모의 여신상은 실제 피부처럼 온몸이 상아로 마감됐고, 여신의 갑옷과 드레스는 순금으로 장식됐다.이 신상을 건립하고 나서 페리클레스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신전 건립의 총책임자로 발탁한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신상을 건립하면서 황금을 횡령했다고 고발당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아테나 여신이 들고 있는 방패에 페리클레스의 얼굴 초상이 새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아테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살아 있는 인물의 초상은 그림이나 조각으로 만들어질 수 없었다. 생존 인물의 초상이 이미지 홍보에 쓰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대 아테네가 현재 던지는 질문
이 사건이 페리클레스 실각의 궁극적인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그러나 그가 야심 차게 진행한 아크로폴리스 재건 사업이 많은 비판과 감시를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파르테논 신전은 세계 미술사에서 그리스 문명의 총아로 인정받는다. 유연한 곡선과 착시를 역이용한 설계로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찬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위대한 건축물의 건립 배경에 페르시아 전쟁에서 보여준 아테네 시민의 용기가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은광의 발견으로 얻은 막대한 이익을 눈앞에 두고 나눠 가지는 식의 손쉬운 선택보다는 미래를 위해 재투자를 결정한 아테네 시민의 지혜로움에 더 큰 경애심을 표해야 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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