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유소연(35)이 글로벌 골프 해설에 도전한다. 유소연은 최근 서울 성수동 타이틀리스트 시티투어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6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블루베이LPGA의 글로벌 해설을 맡았다"며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골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영어 공부와 해설 준비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에 송출되는 LPGA투어 중계를 아시아 선수가 맡는 것은 유소연이 처음이다.
유소연은 2010년대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간판스타다.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이후 2020년까지 10승을 올렸고 2011년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한국.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총 21승을 올린 그는 2017년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캐나다·중국 등 5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보유한 대기록도 갖고 있다.
지난해 4월 유소연은 자신의 마지막 메이저타이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은퇴 결심은 2년 전쯤에 했어요. 은퇴가 '골프 포기'가 될까봐 언제, 어떤 모습으로 할지를 고민했죠. 제가 쏟아부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확신이 서면서 제 마지막 메이저 우승 대회를 '라스트 댄스' 무대로 정했죠."
은퇴 10개월째,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쉬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그의 일상은 전형적인 '갓생'(매일 계획적으로 일정을 꽉 채운 삶)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해 오전에 발레, 점심 때는 필라테스를 한다. 오후에는 강아지와 산책하거나, 그간 소원했던 사람들과도 만난다.
그는 "투어에서 은퇴하지만 골프와 작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 파리올림픽을 시작으로 국내 방송사에서 골프대회 중계에도 나섰다. 블루베이LPGA 글로벌 중계는 지난해 주최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유소연은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현지 활동을 하긴 했지만 대회 해설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며 "주최측에서 '훌륭한 퍼포먼스를 낸 아시아 선수가 해설에 나선 적이 없다. 소연이 선구자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LPGA투어에서 활동한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영어를 사용한 선수 중 하나다. 2011년 US오픈 당시 영어로 우승 소감을 밝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소연은 "당시에는 영어를 정말 못했는데 영어선생님이 '동기부여를 위해 곧 치를 대회 우승 소감을 영어로 해보자'고 해 연습했던 것이 운좋게 맞아떨어졌다"며 "당시 생긴 '오해'때문에 강제로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됐다"고 웃었다.
골프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고 현장 경험이 많은 유소연이지만 "해설은 다른 영역이더라"고 말했다. "작년에 몇번의 해설에 나섰는데, 선수와 코스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다보니 욕심이 앞서서 더 많이 말하고 싶어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덜어내는 법, 힘을 빼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유소연이기에 "LPGA투어 진출이 뜸해진 최근 분위기가 다소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도 지금처럼 KLPGA 환경이 좋아지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최고의 선수가 되고싶다면 더 큰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업들에게도 "국위선양의 효과가 있는 만큼 해외파 선수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치열한 쉼을 거치며 제2의 인생을 모색중인 유소연은 "골프 대중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골프와 작별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평생을 바쳐 사랑해온 골프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종목이자 문화로 자리잡도록 주니어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골프에 쏟았던 열정으로 새로운 일도 열정적으로 해낼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