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이 “중국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인공지능 양대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이 생존하려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5를 찾은 유 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AI를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완연한 열세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장관은 “화웨이 전시관을 보니 하드웨어, 안테나 분야의 비약적 발전이 놀라운 수준이었다”며 “전시장을 나오면서 긴장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주 아팠다”고 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지낸 유 장관은 소재·부품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그는 “가벼우면서도 좋은 성능을 내는 안테나 기술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직접 생산할 뿐만 아니라 GPU 구동을 위해 엔비디아의 쿠다 같은 소프트웨어도 스스로 개발한 것을 보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손색이 없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가운데 중국만이 미국과 경쟁할 만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 결단을 내리고 빠르게 움직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가면 AI 분야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구체적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행사 첫날인 3일 전시장을 방문한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를 접견하고 양국 간 과학기술과 디지털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비벡 바드리나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사무총장과는 차세대 통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4일에는 브랜든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만나 6세대(6G) 및 AI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당부했다. 유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관세 인상 등 자국 이익을 위해 상당한 벽을 쌓고 있다”며 “미국과 공동으로 하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만간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