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첫 합작품인 ‘그리스도의 세례’(1470∼1475년경·사진)가 그 답을 보여준다. 베로키오는 자신의 공방에서 수학하던 제자 다빈치에게 이 그림의 일부분을 맡겼다. 화면은 요르단강에서 예수가 세례를 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세례 요한은 긴 십자가 지팡이와 두루마리를 들고 세례를 주고 있고, 두 천사는 무릎을 꿇은 채 그 성스러운 순간을 지켜본다.
스승이 어린 제자에게 허락한 부분은 왼쪽 천사와 주변 배경, 그리고 예수의 몸 일부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스승이 그린 인물들이 전통에 충실한 나머지 다소 딱딱한 느낌을 준다면, 제자가 완성한 천사는 훨씬 부드럽고 생동감이 있다.
차이는 기법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베로키오는 달걀노른자를 섞어 쓰는 전통적인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다소 건조한 표면을 만들었다. 반면 다빈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유채 기법을 도입했다. 그는 기름 섞인 물감을 얇게 겹쳐 칠하며 천사의 머리카락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풍경 속에는 은은한 황금빛 안개를 입혔다.제자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베로키오는 이후 다시는 붓을 들지 않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대신 제자를 당대 최고의 후원자 메디치 가문과 연결해 줬다. 위대한 스승은 제자를 자신의 그림자 안에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넘어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베로키오가 없었다면 다빈치의 재능도 제때 빛을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이 그림이 미술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출어람의 장면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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