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서 나도 모르게 압박 느껴…정 코치 도움 받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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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남균(오른쪽) 용인시청 육상팀 코치가 12일 대구육상신흥센터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코치는 우상혁의 멘털 코치 역할을 한다.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에 오른 뒤 승승장구하던 우상혁(28·용인시청)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7위(2m27)에 그쳤다.
지금은 담담하게 파리 올림픽을 복기하지만, 당시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고, 몸에 이상도 없었는데 개인 최고 기록인 2m36에 한참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12일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만난 우상혁은 "나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우상혁이 '은인'이라고 부르는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도 우상혁을 짓누른 압박감을 봤다.
그래서 김 감독은 우상혁을 포함한 용인시청 선수단의 마음을 매만질 '멘털 코치' 영입을 건의했고, 용인시청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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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스마일 점퍼'로 불리는 남자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12일 '2025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대구 육상진흥센터를 찾아 훈련하고 있다. 2025.3.12 psjpsj@yna.co.kr
국내 정상급 마라토너였고, 한국 마라톤 대표팀 코치도 지낸 '심리학 박사' 정남균 코치가 올해 1월부터 용인시청에 합류해 우상혁을 돕고 있다.
정 코치는 "우상혁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선수다. 용인시청에 합류해 우상혁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왜 이 선수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가 됐는지 잘 알게 됐다"고 말하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도 압박감에 무너지곤 한다. 많은 기대를 안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상혁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짚었다.
"마라톤 코치로 일하면서 '운동 생리학'에는 밝은 지도자가 많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인 선수 심리를 깊이 공부한 지도자는 많지 않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심리학을 공부했다"는 정 코치는 "우상혁과 자주 대화하며, 우상혁 선수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즐길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상혁은 "주요 국제대회에서 경기 막판에는 '심리전'이 펼쳐진다. 정신적인 면에서 상대를 이긴 적도 있고, 내가 밀린 적도 있다"며 "코치님과 대화하면서, 마음이 더 건강해졌다. 앞으로 경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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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스마일 점퍼'로 불리는 남자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이 12일 '2025 난징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대구 육상진흥센터를 찾아 훈련하고 있다. 2025.3.12 psjpsj@yna.co.kr
과거 우상혁은 김도균 감독을 만나 극심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우상혁은 피로골절 부상 등으로 몸과 마음을 다쳤다.
당시 김도균 감독은 "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어"라고 우상혁을 격려했고 장기 계획을 세워 우상혁의 도약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세계 경쟁력이 있는 스피드를 갖췄다. 기초 훈련도 잘된 상태였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다듬고, 기록 침체로 상심한 마음을 다독이면 충분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떠올렸다.
식단까지 직접 관리한 김 감독과 함께 생활하며 우상혁은 2021년 도쿄 올림픽 4위,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년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의 쾌거를 이뤘다.
높은 곳을 향해가던 우상혁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바에 걸렸다.
김 감독은 우상혁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자극하면서 그의 재도약을 도울 전문가를 찾았다.
육상 선수, 지도자 출신으로 심리학을 전공한 정남균 코치가 적격이라는 판단도 했다.
정남균 코치는 김 감독의 1년 선배다.
김도균 감독은 '감독이 대하기 편한 코치가 아닌, 우상혁을 위한 멘털 코치'를 구했다. 나이와 선후배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김 감독이 추천한 코치여서, 김 감독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우상혁도 쉽게 정 코치에게 마음을 열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2일 15시24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