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국정에 매달리느라 그런 시설이 필요했을 리는 없다. 한 언론이 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윤 전 대통령의 출근 시간을 추적한 결과 오전 9시 전에 집무실에 도착한 건 주말과 남미 순방을 뺀 18일 중 이틀뿐이었다고 한다. 저녁엔 측근들과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았다고 하니 집무실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을 것이다. 그마저도 내실에서 일정 시간을 보냈다면 국정은 도대체 언제 돌봤을까.
▷‘지각 출근’ 논란이 많았던 윤 전 대통령은 출근길 보안에도 신경을 썼다. 대통령실 주차장까지 허물어 집무실과 이어진 비밀통로를 만들었다. 이 길로 다니면 차에서 내린 뒤 출입기자들 눈을 피해 집무실로 직행할 수 있다. 취임 초 몇 달 했던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직후 개통된 걸로 보아 출근 시간대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경찰이 윤 전 대통령이 아침에 출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경호차량을 비운 채로 먼저 집무실로 출발하도록 하는 ‘위장 출근 쇼’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사우나든 비밀통로든 대통령실이 정식 예산을 집행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통령실은 사우나 공사업체에 현금 결제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정부가, 그것도 대통령실 관련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한다는 건 일반적 회계처리와 거리가 멀다. 또 비밀통로를 만들 때도 국방부 예산을 끌어다 썼다. 대통령 집무실의 사우나 예산을 국회 등 외부 기관이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어쩌면 대통령실에 오래 머물게 될 것으로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계엄 공범 노상원의 수첩에는 “차기 대선 대비, 모든 좌파 세력을 붕괴시킨다” “헌법 개정(재선∼3선)” 같은 내용이 있다.▷대통령실은 호화시설 논란이 일 때마다 한결같이 부인했다. 정진석 전 비서실장은 국감에서 “아주 검소하고 초라한 대통령 관저라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도 했다. 감사원은 용산 이전 비리 의혹을 조사하면서 1급 보안시설이란 이유로 현장 확인도 없이 감사를 종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후 관저에 숨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할 때도 “1급 보안시설” 핑계를 댔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별하겠다며 용산 이전을 밀어붙인 윤 전 대통령이 완성한 건 국민의 눈으로부터 자신을 가려줄 ‘구중심처’였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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