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백성의 '의로운 선택' 이끈 단종 서사…'실현되지 못한 정의' 등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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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6일 흥행 질주 끝에 천만 고지를 넘었다.
극장 관객이 뚝 끊기면서 500만명을 넘긴 한국 영화가 '좀비딸' 뿐이었던 지난해 상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2년 만에 천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왕과 사는 남자'의 흡인력은 단연 배우들의 명연기와 울림을 주는 서사가 꼽힌다.
◇ 박지훈의 눈빛·유해진의 애드리브…웃음과 눈물 안겨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에서 촌장 엄흥도(유해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홍위와 엄흥도는 신분이나 나이, 경험 등 어느 모로 보나 서로 통할 것이 없는 사이다.
엄흥도는 유배지에 떨어질 '콩고물'만 탐내던 인물이고, 이홍위는 광천골 마을 사람들은커녕 자신에게도 관심을 잃고 스러져가던 중이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교감해가는 과정의 개연성과 이야기 흐름 등 연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박지훈과 유해진의 눈빛 연기는 단시간에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광천골에 들어선 어린 이홍위는 버석버석하게 마른 얼굴로 식음을 전폐하며 자연스레 측은한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관객들은 이내 엄흥도와 같은 마음으로 '그래도 밥 한 숟가락만 먹지…'하고 몰입했다. 박지훈은 단종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촬영 전 15㎏을 감량했다.
짠하기만 했던 이홍위가 산에 나타난 호랑이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유배지 아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모습은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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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어른이 아이를 보는 듯한 측은지심과, 백성이 왕을 보는 듯한 경외감을 표정과 애드리브로 살리며 엄흥도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그는 엄흥도 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장에서 분장을 받는 도중에도 갑자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장항준 감독은 인터뷰에서 "감정 장면이 있는 날은 유해진이 감정에 너무 빠져있어서 다들 말을 못 걸었을 정도"라며 "촬영하지 않을 때도 갑자기 울 정도로 굉장히 몰입했다"고 전했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는 풍채와 눈빛으로 마치 함락할 수 없는 성같이 단단한 카리스마를 표현해냈다. 이홍위를 지켜주는 궁녀 매화를 연기한 전미도는 애끊는 사랑과 안타까움을 온 얼굴로 연기하며 후반부 감정의 한 축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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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과 어울린 인간적인 왕…촌부의 '의로운 선택'에 시대 초월 공감
유배지에서 단종과 교감하는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부각하는 서사는 권력자들의 아귀다툼보다 훨씬 폭넓은 감정이입을 유도했다.
밥을 챙겨주는 사람에 대한 정이나 자식 교육을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의 관객도 충분히 공감하는 정서다.
따뜻한 휴머니즘은 설 연휴와 삼일절 연휴에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CGV의 '왕사 사는 남자' 관람객 연령 정보를 보면 20대가 21%, 30대가 25%, 40대 27%, 50대 18%로, 특정 연령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포됐다.
극장 관계자는 "'왕과 사는 남자'의 이야기 구조는 자극적인 장르물에서 볼 수 있는 갈등 구조 대신에 편안한 위로와 공감을 준다는 게 특징"이라며 "긴 연휴에 세대 구분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세조와 단종의 이야기가 '성공한 쿠데타(역모)'와 '실현되지 못한 정의'를 상징하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분석도 있다.
세조는 계유정난을 거쳐 왕위에 앉는 데 성공했고 이후 추진된 단종 복위 운동은 결국 실패했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세조보다 단종의 최후에 주목했다.
장항준 감독은 "계유정난은 성공한 역모였지만, 성공한 것만 정사가 되고,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져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가졌다"며 이 지점을 시작으로 단종 이야기를 풀어나갔다고 밝혔다.
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06일 19시4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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