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AI(인공지능)를 적용해서 뭐 좀 해봅시다.” 직원들이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많은 기업이 AI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AI를 활용한 업무 생산성 향상 도구들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고도화가 실제 업무 생산성 향상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생산성의 함정(the production myth)’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하지 말고 빼자"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한 업무 효율화를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심리학적 근인(根因)을 살펴보자. 첫째, 대부분의 사람은 ‘더하기 편향(Addi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무엇을 제거할 수 있을까”라고 묻기보다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좋게 만들고 싶으면 뭔가를 더해야 한다”는 편향은 조직의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핵심적인 근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나 제도, 프로세스 등을 추가하기보다는 먼저 기존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정리할 때 옷이 너무 많아서 수납장을 새로 구입했지만, 그 후 수납장이 늘어나 어떤 수납장은 1년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수납장을 사기 전에 먼저 ‘불필요한 옷들을 버릴 수 없을까?’라는 뺄셈 사고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대부분의 조직에는 ‘보상철학의 편향’이 존재한다. ‘보상철학’이란 직원 보상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근본적으로 어떤 가치와 원칙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과 신념을 말한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무언가를 ‘추가’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승진 혜택이나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하지만 안되는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개선하는 등 ‘불필요한 것을 더하지 않는’ 지혜와 절제를 가진 사람들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보상 구조는 왜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은 불필요한 것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조직을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는 데는 반대하는지 잘 보여준다. 조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과와 상관없이 뭐든지 새로운 일을 저질러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높은 데선 불편함 안보여
높은 산에 올라가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농부들이 모여서 일하는 모습도 한 점의 그림 같다. 농부들의 땀에 젖은 얼굴과 흙에 범벅이 된 옷, 휘어진 허리로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높이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리더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선 현장에서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절차적 번거로움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리더들이 지금 일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업무를 하는 데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가 ‘리더의 정보기술(IT) 시스템 미사용’이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IT 시스템을 도입해도 리더가 사용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데이터를 가공해 또 문서로 만들어 보고해야 하고, 협업을 위해 도입한 다양한 IT 시스템도 리더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 효과성이 반감된다. 리더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해야 개선의 실행력은 강화된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