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금지된 세계’라는 영화를 통해 로봇이 처음으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사람들은 로봇에 열광했고, 로봇이 우리의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라고 생각했다. 7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우리 옆에 있어야 할 그 멋진 로봇들은 다 어디 있는 것일까? 우스꽝스러운 박스 모양을 하고 공항을 배회하거나 식당에서 호텔에서 열심히 접시를 나르고 집 안 구석구석 바닥을 열심히 누비고 있다.
‘AI 겨울(winter)’은 인공지능 기술에 거는 과도한 기대가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해 투자와 관심이 급감하고 연구가 정체되는 시기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번의 ‘AI 윈터’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의 도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더디게 다가온다. 1954년 IBM은 최초의 기계번역기를 개발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구글번역기의 결과물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란 사람이 번역한 문구를 검색하고 그 결과를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는 것일 뿐이지 우리의 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 사고의 완벽한 모사는 불가
과거 AI 윈터에 직면한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이 자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기 쉬울 것이라고 믿은 확신의 오류다. 결국은 컴퓨터가 인간이 사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다루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고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어떤 면에서는 과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연구하는 철학자와 심리학자에게도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
신은 인간을 만들 때 세 가지 기능을 줬다. 생각할 수 있는 머리와 느낄 수 있는 가슴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을 줬다. 지금 AI가 그나마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할 수 있는 머리다. 복잡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로는 ‘complex’와 ‘complicated’가 있다. 둘 다 복잡하다는 의미지만, 복잡성의 본질이 다르다. complicated한 복잡성은 논리성을 전제로 한다.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전문가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complex한 복잡성에는 그런 인과관계가 없다. 우리가 학습시킬 수 있는 대부분도 complicated한 복잡성에 관한 것들이며 AI가 접근할 수 있는 사고의 제한된 영역이기도 하다.
AI는 인간 대체 아닌 능력 확장
그리고 AI가 인간을 따라잡기 힘든 두 가지 기능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몸과 느끼고 공감하는 가슴이다. 아마도 200년 정도가 지나면 만화책에서 자주 나오던 인간과 로봇의 치열한 월드컵 결승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빠르게 잡아도 500년이 지나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로봇이 만들어져서 로봇과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생성형 AI의 폭발적인 진화 속에서 조직의 구성원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의 효율화 측면에서 긍정적 기대와 ‘AI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대체해 버리면 혹시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우려 사항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AI가 할 수 있는 일(패턴이 있는 일)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공감, 맥락적 판단 등)을 구분해 조직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 인적자원(HR) 관리의 당면한 중요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