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뿌리기’ 공약 쏟아내는 후보들
이렇다 보니 교육감 후보자들이 유권자 환심을 사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전국 시도 교육감 자리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돼 총 16석인데, 벌써 100여 명의 예비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단일화 과정 등을 거쳐 줄어들긴 하겠지만 진보와 보수 후보 가리지 않고 노골적인 현금 살포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한 안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소년 씨앗교육펀드’를 내걸었다. 중1 학생 펀드계좌에 100만 원씩 넣어주고 고등학교 졸업 때 수익을 불려 주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중1 학생이 약 13만 명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임기 4년간 5200억 원이 필요하다. 이에 맞서는 임태희 현 경기도교육감은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취득 지원금 30만 원, 어학시험 지원금을 약속했다. 교육감 선거 유권자인 만 18세 고3 학생을 직접 지목해 현금을 쏘겠다는 셈이다.재선에 도전하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에 더해 초중고교생 교통비 전액 지원, 초중등생 현장체험학습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30만 원 입학준비금’, ‘50만 원 문화바우처’, ‘100만 원 사회진출지원금’ 등 이름과 금액만 바꿔 단 돈 뿌리기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후보자들은 교육 복지라고 포장하지만 학부모 표심을 겨냥한 사실상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이 교육 비전이나 정책 대신 ‘누가 더 많이 뿌리나’ 식의 포퓰리즘 경쟁에 매달리는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55년 전 제정된 법에 따라 매년 걷히는 내국세의 20.79%가 무조건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된다. 내국세가 늘면 시도 교육청 예산이 덩달아 커지는 구조다. 10년 새 초중고교 학생은 100만 명 넘게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되레 33조 원 급증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쟁 추경’에 교부금도 4조8000억 원 불어 올해 76조4000억 원이 됐다.
이러니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공짜로 나눠 주고 교직원 주거 지원비까지 대 주고도 다 못 쓰고 남긴 교육교부금이 한 해 8조 원에 달한다. 정작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노후화된 시설 개선 등이 시급하지만 교육청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아도는 교부금을 나눠 쓸 수 없다. 고교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국비 지원을 줄이고 대신 교육교부금을 투입하는 방안에도 교육감 후보들은 반대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그대로인 교육교부금 제도의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정부와 국회는 교육계 반발과 표를 의식해 칼을 빼 들지 않고 있다.직선제·교육교부금 손볼 때 됐다교육감은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막중한 자리다. 교육공무원 58만여 명의 인사권을 갖고 연간 82조 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교육 소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깜깜이 선거’와 ‘돈 뿌리기 선거’를 부추기는 교육감 선출 방식과 교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 교육 재정을 쌈짓돈으로 여기고 선거를 돈 잔치로 타락시키는 후보를 유권자들이 먼저 걸러내야 한다. 이대로라면 2030년 선거에서도 같은 한탄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임수 정책사회부장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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