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의 어려움 노리는 정치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의 정치권 유착 의혹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통일교로부터 고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건희 여사는 1심에서 1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로부터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받은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도 나오는 중이다. 신천지 본부는 대선, 총선을 앞두고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집단 가입시켰다는 혐의로 지난달 말 ‘정교유착 비리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정교유착의 부정·불법이 국정 농단의 거름이 됐다”라며 “통일교, 신천지 등에 대한 철저한 합동수사와 함께 모든 부처가 각각의 영역에서 사이비·이단의 폐해 근절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종교의 정치 유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참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다. 당사자인 종교계 안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정도일 뿐 ‘정교유착 근절’이란 대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교유착’이 타락한 ‘종교’와 ‘종교인’만 때려잡으면 사라질 문제일까.죄를 지어 감방에 간 걸 “탄압”이라 강변하고, 불법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이 공개됐는데도 “그런 일 없다”라고 태연히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더욱이 선거 후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들에게 수많은 신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인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대상이다. 신자는 곧 유권자이며, 양을 일일이 만나는 것보다 양치기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 총선 출마자는 물론이고 지방 기초단체 시·구의원 후보도 매한가지다.
종교만 처벌하면 정교유착 끊어질까
정치의 종교 이용은 선거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신교계에선 관례로 역대 대통령이 참석해 온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본래의 순수한 의미를 잃고 정·관계, 개신교계 유력 인사들의 사교 자리로 변질된 것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단체는 현재 회장, 부회장이 매관매직 등 정교유착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정치인들은 손사래를 치는데, 오로지 종교인들의 강권으로만 벌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교유착’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주니까 받은 사람’과 ‘받으니까 준 사람’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대한불교조계종 진우 총무원장이 사석에서 “찾아오는 정치인들에게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얘기해도 안 듣는다”라며 한탄한 적이 있다. 겉으로야 두 손을 모으고 “가르침을 구하러 왔다”라고 하지만, 애초에 속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지낸 한 원로 목사는 “과거 대선 때 한 유력 후보가 ‘좋은 말씀 들으러 찾아뵙고 싶다’라고 해 ‘진짜 아픈 조언을 듣고 싶으면 오라’고 했더니 취소하더라”고 전했다.‘정교유착’을 ‘나쁜 종교인’만 처벌해 근절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종교를 표와 정치적 이용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렵지 않을까. 종교의 정치 유착뿐만 아니라, 정치의 종교 유착에도 날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이진구 문화부 기자·부장급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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