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원홍]월드컵 선수 혹사… 선수가 살아야 축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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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국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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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멕시코, 미국, 캐나다 공동 개최)은 선수들 입장에서 월드컵 사상 가장 힘든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친 몸을 제대로 추스를 새도 없이 나서야 하는 경기 일정이 어느 때보다 촉박한 데다 많은 개최 지역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숨 막히도록 무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전력 질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부터 경기 수와 기간도 늘어나 선수들의 피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일고 있다.

급증하는 대회 일정 쉴 틈이 없다

각국 월드컵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평소 뛰고 있는 유럽 주요 프로리그는 대부분 월드컵 직전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8월 시작된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5월 24일(현지 시간) 막을 내리는데 월드컵 개막을 불과 18일 앞두고서다. 선수들은 월드컵 직전 FIFA가 정한 16일간의 소집훈련 기간을 거쳐 대회에 참가한다. 프로리그를 마친 선수들이 쉴 시간은 하루이틀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소집 장소로의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사실상 쉬는 날 없이 곧바로 월드컵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일부 선수들은 이러한 프로리그 외에도 별개의 대회를 더 치르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5월 30일 끝난다.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치른 선수는 더 지치고 쉬지 못한 채 월드컵에 나서야 한다.

최근 FIFA와 UEFA 및 국제축구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경기 수를 늘리며 수익을 불려 왔다. FIFA가 이번 월드컵부터 참가국 수를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면서 경기 수는 64경기에서 104경기로 40경기가 늘었다. 대회 기간은 30일 안팎에서 39일로 길어졌다. 이에 앞서 UEFA도 챔피언스리그 경기 수를 125경기에서 189경기로 늘렸다. 이 밖에 클럽월드컵, 대륙별 대회 및 국가대표 경기 등 온갖 대회가 줄줄이 엮여 있어 1년 내내 경기 일정이 빌 틈이 없고 각 대회 간격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김민재 최장기간 연속 출전 1위

과밀한 경기 일정은 선수들을 혹사시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축구선수 권익단체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2024∼2025시즌 150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최장기간 연속 출전(경기 후 5일 이내 다른 경기 출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가장 혹사당한 선수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민재는 2024년 말 뮌헨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DFB 포칼(독일축구협회컵),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한국 대표팀까지 장거리를 오가며 73일간 평균 3.6일마다 경기에 나서 20경기 연속 출전했다. 연속 출전은 선수에게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지 못해 심각한 부상 위험을 일으킨다. FIFPRO는 4∼6경기 이상 연속 출전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김민재는 이 기간 이후 아킬레스힘줄 부상에 시달렸다. 많은 선수가 충분한 휴식 없이 경기에 나서 부상으로 선수 경력에 치명상을 입고 있다.

FIFPRO는 의학계 권고에 따라 최소 4주간의 비시즌 휴식 기간을 도입할 것과 무더위에 대비한 보다 세밀한 경기 운영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손흥민(LAFC)도 2024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뛸 당시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 목소리는 그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선수 보호 대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축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경기장이 아닌 선수다. 선수들이 보호받지 못하면 경기 질이 하락할 것이고 이는 축구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며 공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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