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영 칼럼] 넷플릭스만 재미 본 BTS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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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영 칼럼] 넷플릭스만 재미 본 BTS 공연

방탄소년단(BTS)은 서울 광화문광장 무료 공연으로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BTS는 광화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에 더해 세계 190개국에 송출된 생중계로 월드투어 콘서트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BTS 소속사인 하이브 주가는 급락해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와 서울시는 여러 비판에 휩싸였다. 한국 문화와 K소프트파워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지만 경제적 파급력은 예상보다 초라했고 과도한 통제로 축제의 의미는 퇴색했다.

공연 최대 수혜자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일 것이다. 독점 생중계로 가입자 증가와 시청시간 확대 효과를 봤다. 공연 당일 1840만 명이 시청했고, 77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아직도 톱10을 유지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제작비만 100억원 넘게 들고, 음악 공연 생중계는 첫 도전이었으나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는 북미 지역에서 구독료를 인상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OTT 시장에서 격화하는 스포츠·공연 생중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인코딩과 트래픽 분산 등 기술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동시접속을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한국 통신망이 열악했다면, 통신사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공연이 세계로 끊김 없이 송출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주문형비디오(VOD)는 자체 캐시서버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트래픽 분산이 가능하지만, 생중계는 실시간 트래픽이 장거리 백본망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구조여서 통신사 지원이 필수다.

국내 통신3사는 국제회선 용량을 증설하고, 국내 백본망의 데이터 처리 용량도 확대했다.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사 부담이 됐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망 무임승차’ 논란이 재점화한 배경이다. 통신사들은 빅테크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이벤트에 따른 망 증설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빅테크들은 최초 인터넷 접속 시 자국 통신사에 망 접속료를 내고 있다며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이라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이참에 생중계 방송국으로 영토를 확장할 태세다. 그동안 200건이 넘는 각종 스포츠 경기 생중계로 역량을 키웠고, 이번에 BTS 공연을 테스트베드 삼아 공연에서도 생중계 능력을 인정받았다. BTS 공연을 계기로 K팝 등 한국에서 세계로 송출하는 생중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때마다 통신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논란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간 기업 간 문제라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망 이용료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돼 있는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복병은 무역법 301조를 앞세운 미국의 통상 압박이다. 망 사용료는 지도 반출 문제와 함께 미국이 디지털 규제 장벽으로 지목한 주요 현안이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20년간 막아온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조건부 허용으로 결론 났다. 망 사용료 문제도 우리 기업의 이익 균형이 훼손되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시장 자율을 기본으로 하되, 공정성을 확보할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AI 컴퓨팅은 뇌, 데이터센터는 근육, 통신망은 혈관에 비유된다.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 피지컬 AI가 도입되고 일상과 산업에서 AI 활용이 확산하면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할 것이다. 통신망은 AI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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