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갤럭시 안 사요"…4년 전 아이폰, 삼성 눌렀다 [신흥시장 폰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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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베트남 여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한 베트남 여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20대는 아이폰을 많이 찾아요. 20대 후반은 아이폰17 프로 맥스를 찾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20대 초반은 아이폰14 프로 맥스나 기본형 모델을 주로 사갑니다. 갤럭시는 거의 안 찾아요. 최신 갤럭시가 있어도 구형 아이폰을 사가는 경우가 대다수에요."

지난 4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1군 쩐꽝카이 거리에 있는 한 휴대폰 매장 판매직원은 현지 청년들이 주로 찾는 스마트폰 기종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베트남은 전 세계 상위 5개 스마트폰 브랜드가 동일한 경쟁 구도로 맞붙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축소판이다.

글로벌 축소판인 베트남 내 트렌드를 주도하는 현지 청년들의 경우 '신형 갤럭시'보다 '구형 아이폰'을 선호했다. 휴대폰 매장이 밀집한 쩐꽝카이 거리에서 매장 7곳을 취재한 결과 20대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8~9명은 아이폰을 찾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매장은 20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종으로 아이폰14 시리즈를 꼽았다. 특히 아이폰14 프로 맥스 수요가 높다. 아이폰17 시리즈 이전엔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아서다. 다른 구형 아이폰도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아이폰17 시리즈가 나오면서 구형 가격이 낮아진 점도 20대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매장 판매직원 땅 티 끼에우 씨는 "20대 중 80% 이상이 아이폰을 찾는데 아이폰11·12·13도 인기가 많다"며 "20대들은 스마트폰을 살 때 브랜드를 가장 중시하고 가격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베트남의 한 휴대폰 매장에 아이폰16 프로 맥스가 진열돼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베트남의 한 휴대폰 매장에 아이폰16 프로 맥스가 진열돼 있다. 사진=VN익스프레스

"폰값 올라도 아이폰"…최신 갤럭시보다도 '중고 아이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한경닷컴을 통해 "베트남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은 구매력 자체보다 열망 소비와 사회적 역학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며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는 디지털 노출 확대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현대적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와 연결시킨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이폰이 갖는 트렌디한 느낌이 현지 청년들을 사로잡은 가장 강력한 유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쩐꽝카이 거리의 한 휴대폰 매장 직원은 "20대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중시해서 아이폰을 찾고 중년들은 가격에 민감해 중저가를 선호하기 때문에 갤럭시를 찾는다"고 했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칩플레이션'도 아이폰 우위의 시장 구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은 청년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인이 아니어서다. 또 다른 휴대폰 매장 판매직원 부이 꾸억 쭝 씨는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는 전체 브랜드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베트남 청년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수요가 항상 뒷받침되기 때문에 (아이폰) 판매량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매장에서 가격 할인 혜택이 가장 폭넓게 제공되는 제품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는 30대부터 갤럭시A 시리즈를 찾기 시작하고 40대부터 갤럭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트렌드 주도층인 20대는 예외다. 아이폰 전문 매장 판매직원 황 득 씨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중고 아이폰도 인기"라며 "예산 문제가 있는 청년들은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폰14를 중고로 찾는다"고 했다.

애플, 베트남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78%' 압도

청년층 공략이 중요한 이유는 장기고객 확보 여부를 좌우해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여서 청년층을 지금 잡아야 장기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세련된 셀럽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스마트폰을 크게 성별로 세분화하면 여성은 '동조 소비 현상+카메라 중시', 남성은 '성능·배터리 중시'로 양분된다. 여성들은 사진·영상 촬영을 위해 카메라 사용경험과 감성을 중시하고 남성들은 게임용으로 스마트폰을 쓰는 만큼 성능·배터리를 중요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아이폰은 특유의 카메라 감성으로 '애플 덕후'들을 공략해 왔다. 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뛰어난 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고하게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내 영향력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경닷컴이 카운터포인트를 통해 입수한 지난해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내 600달러 초과 프리미엄 부문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78%를 차지했다.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8%에서 지난해 22%로 확대된 상황. 돈이 되는 시장에서 아이폰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1군 쩐꽝카이 거리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 갤럭시A 시리즈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 1군 쩐꽝카이 거리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 갤럭시A 시리즈가 진열돼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AI·폴더블은 '아직'…"브랜드 인식 전환 시간 걸려"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AI 기능이나 폴더블폰은 좀처럼 현지 청년들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매장 판매직원은 "폴더블이나 AI 기능에 관한 수요가 있긴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그렇게 많지 않아 아직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애플이 공개한 보급형 모델 아이폰17e는 가격 장벽 앞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현지 청년들을 끌어모을 승부수가 될 수 있다. 현지 매체들도 아이폰17e 출시에 맞춰 "안정성과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다수의 선택지", "다수가 기다린 값진 업그레이드",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성비 가장 높은 모델"이란 호평을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전자가 폴더블과 AI 기능을 앞세워 젊은층을 공략하는 전략은 브랜드를 재포지셔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의 경쟁이 강한 만큼 브랜드 인식 전환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트남 내 보급형·중가 부문의 강한 수요는 첫 스마트폰 교체 수요와 가격 민감 소비자층을 반영하는 반면, 프리미엄 부문의 빠른 성장은 젊은 소비자들의 상향 소비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이중 구조는 베트남을 글로벌 스마트폰 트렌드를 가늠할 핵심 시장으로 주목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호찌민(베트남)=김대영 기자/홍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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