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안거나 업고 오르면 처음엔 힘들지만 바로 적응해요. 당연히 체력도 좋아지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새 지저귀는 소리에 반응하고 꽃과 나무, 돌, 바위 등을 만지며 자연을 느껴요. 걷기 시작하면서 개울에서 물장구치면 너무 행복해하죠. 말귀를 알아들을 때 ‘어디 갈까?’ 하면 바로 ‘산’이라고 말해요.”
오 회장은 베하클 운영을 함께하는 김지영 씨(29)와 함께 8일 각각 아들(인주호·1년 10개월)과 딸(강다경·1년 8개월)을 업고 서울 광진구 아차산 해맞이코스를 올랐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식 및 방한 도구를 넣은 캐리어에 아이 몸무게까지 17kg이 넘었다. 군대 단독군장보다 무거웠지만 아차산 1보루까지 20분 넘게 걸리는 코스를 쉬지 않고 단번에 올랐다. 둘은 “솔직히 아이 업고 산을 오르는 게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든 것을 참고 올랐을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기분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며 육아가 더 재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베하클 온라인 회원은 1800명이 넘는다. 매 모임 참여 인원은 10∼20명. 지난해 10월 서울여대에서 열린 1주년 기념행사엔 100가정이 참여했다. 요즘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임에도 매주 2∼4회 산을 오르고 있다. 날씨 좋은 봄가을엔 거의 매일 오른다. 주로 북한산, 불암산, 아차산, 정발산 등 수도권 산을 오르지만 강원도와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산도 찾고 있다. 보통 험하지 않은 완만한 코스로 왕복 2시간 이내로 잡지만, 4시간 이상 이어질 때도 있다.오 회장은 “사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결국 혼자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왜냐하면 등산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무도 산에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임을 만들면서도 걱정했었죠. 그런데 김지영 씨를 비롯해 엄마들이 한두 분 참여하면서 10명을 넘겼고, 결국 1800명이 넘었어요. 많은 엄마가 산후 우울증을 경험했어요.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오는 우울증을 등산으로 털어내면서 좋아했죠. 체력이 좋아야 우울증도 이길 수 있어요. 체력이 좋아지니 엄마들이 늘 웃게 되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고 있어요.”
오 회장은 중고교 시절부터 친구들이랑 북한산을 자주 올랐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운 북한산을 찾게 됐다. 그는 “산에 오르면 공부하면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갔다”고 했다. 성인이 된 뒤는 국내외 산을 올랐다. 2016년 혼자서 남미 페루 마추픽추를 찾았다. 2017년 여행자 모임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남편을 만났고, 이후 함께 전 세계를 트레킹하고 있다. 국내 명산은 물론이고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도 함께 다녀왔다. 부부는 아이와 함께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영국과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한 김 씨는 “아이를 낳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오언주 님 SNS를 보고 합류했다”고 했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요즘 키즈카페 등 실내 놀이시설이 많은데 야외로 나가니 아이가 솔방울, 도토리를 만지며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 국영방송 BBC월드서비스가 베하클 스토리를 방영했다. 오 회장은 “BBC가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국가로 유명한 대한민국에 이런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며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는 순간 제 삶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니 저도 아이도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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