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들 집에 TV는 없어도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요. 설날 세뱃돈도 현금이 아니라 모바일로 송금할 정도로 디지털 기술에 거부감이 없죠. 결제도 신용카드가 아니라 QR코드 결제로 해결할 만큼 애플리케이션(앱)을 많이 써요. 보험을 앱으로 가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오히려 한국보다 덜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김지태 아이지넷 대표와 덕 안 메디치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아이지넷 본사에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아이지넷은 인공지능(AI) 엔진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보험을 진단하고 추천하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 플랫폼 '보닥'을 운영하는 업체다. 메디치는 베트남 인슈어테크 1위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아이지넷과 메디치는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베트남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아이지넷의 보닥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인슈어테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보험 사업 진출…핵심은 'AI 맞춤 추천'
한국에선 보험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일상이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10개 중 3개꼴로 보험 앱을 활용하고 현지인들도 디지털 보험 서류가 익숙하지 않다. 온라인으로 보험을 청약하더라도 회사 측에 종이 서류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험증권, 가입증서증권 등이 디지털화돼 있지 않기 때문. 베트남에선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사인을 받고 보험 증서를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아직 보험 디지털 기술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디지털로 보험 청구를 손쉽게 하게 하는 기술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시장 공략의 핵심은 AI 기술이다. AI 엔진을 활용한 맞춤형 보험 추천 기술을 도입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다. 소득, 결혼, 운전 여부 등 14개 독립 변수를 바탕으로 AI가 고객에 따라 최적의 보험 상품을 선별한다.
김 대표는 "AI 엔진은 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 상황에 알맞은 제품을 추천하기 때문에 중립적 입장에서 보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AI 챗봇 익숙한 현지 사용자 공략 추진
시간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보험 관련 질문에 응대하는 AI 챗봇도 도입한다. 김 대표는 "한국 사람의 경우 빠른 절차를 선호해 AI 챗봇보다 직원에게 전화로 문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덕 안 대표도 "베트남 국민들은 AI 챗봇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이데이터'(개인정보 전송요구권)를 활용할 수 없어 개인보험 진단 서비스를 운영하는 덴 한계가 따른다. 보험 진단 서비스는 고객이 현재 가입한 보험 중에서 어떤 보험이 적절하고 부적절한지 AI가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진단하는 기능이다.
베트남은 아직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안 되어 있다. 보험 서류를 문서로 주고받는 것이 익숙할 만큼 개인정보 디지털화가 덜 돼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보험 가입자 수가 적다. 개인마다 보험 관련 데이터가 없을 확률이 높단 얘기다. 베트남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약 12%에 불과하다.
마이데이터 산업 발전 전망에 "성장 기대"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팔 예정이다. 1970~1980년대 한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베트남이 필요로 하는 보험 상품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게 청사진이다.
덕 안 대표는 "베트남의 경제 상황이 십수년 전 한국과 비슷하다"며 "베트남에는 데이터가 안 쌓여 있지만 한국에는 과거 기록들이 남아있어 그 당시 어떤 보험 상품이 잘 팔렸는지 분석해 지금 베트남이 필요로 하는 보험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신용정보원이 재작년 베트남에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 경험을 전달했던 것처럼 베트남과 한국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 마이데이터 산업도 베트남에서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베트남 보험 산업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