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독창적 연출의 ‘컬트영화 거장’ 데이비드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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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시각 스타일과 난해하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로 전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았던 거장 데이비드 린치(1946∼2025·사진) 감독이 지난달 16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 몬태나주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에 들어가 미술과 실험 영화 등을 접한 린치 감독은 졸업 후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가 1977년 첫 장편 영화 ‘이레이저 헤드’로 데뷔했습니다.

젊은 남자가 기괴한 상황 속에서 아기를 돌보는 내용의 이 영화는 린치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괴기스러운 흑백 화면과 불안한 음향 효과는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린치 감독은 기형적인 외모로 태어난 남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엘리펀트 맨’(1980년)으로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1984년에 연출한 SF 대작 ‘듄’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 평화로운 소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스릴러 ‘블루 벨벳’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과 작품성 양쪽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며 대표작을 탄생시켰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며 린치 감독은 ‘광란의 사랑’(1990년)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같은 해 방영된 미스터리 수사극 ‘트윈 픽스’(1990∼1991년, 2017년)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컬트적인 지위를 확립했습니다. 이후 2001년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린치 감독의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서사 구조, 초현실적인 등장인물,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 및 시각적 이미지를 특징으로 합니다. 그리고 복잡하고 난해한 듯하면서도 관객을 내면의 무의식 속으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린치 감독의 영화들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컬트영화의 제왕’으로 불린 이유입니다.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각을 가진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린치 감독의 스타일과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의 힘과 논리에 영화 산업이 점점 더 지배당하는 지금, 그와 같은 예술적 도전을 시도하는 감독이 다시 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의 별세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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