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해도 정부 지원은 '0'…차라리 수입사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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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저수가 체계가 국내 의료기기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열심히 연구개발(R&D)을 해도 손해만 본다”며 저수가 체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해도 정부 지원은 '0'…차라리 수입사가 낫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업체 중 대부분이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한 기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24년 발표한 ‘제1차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 및 2023년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 4176곳 중 80%가 연 매출 10억원 미만이며, 97%가 중소기업이었다.

의료기기업계가 장기간 저성장 늪에 빠진 이유는 저수가 체계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향상해 매출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의료기기는 출시 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 R&D 비용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R&D에 투자한 만큼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기존 기술을 적용한 제품 모두 똑같은 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다양한 시장 검증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지원하는 정책도 없다. 정부 조달 사업에선 국산 의료기기 도입에 따른 별도의 가점이나 지원 정책이 없다. 한 필수 의료기기 제조업체 대표는 “해외에 판매를 하려고 해도 국내 수가는 낮은데 왜 해외에서만 비싸게 파느냐는 불만이 이어진다”며 “저수가 때문에 해외 판로 확보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기술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주요 국가별 의료기기 기술 수준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99.9%라면 유럽은 93.8%, 일본은 83%, 한국은 78.1%다.

여기에 의정 갈등까지 더해지며 필수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매출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의정 갈등의 피해가 큰 상급종합병원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기 제조업 폐업 건수는 2021년 452건에서 2022년 666건으로 1년 만에 약 47% 치솟았다. 2023년과 2024년에도 폐업 건수는 각각 715건, 648건을 기록하며 여전히 도산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민혁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무는 “한국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도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국내 상황이 어렵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 조직을 없애거나 은행 대출로 견디고 있는 기업도 많다”고 전했다.

오현아/안대규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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