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조지 오웰이 1949년 발표한 <1984>는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를 그렸다. 세계는 소련이 유럽을 합병해 만든 유라시아, 미국이 영국과 아메리카 남아프리카를 합병한 오세아니아,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등 3개 전체주의 초강대국으로 재편됐다. 소설 무대인 오세아니아는 사실은 스탈린 시대 소련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이들 세 초강대국은 서로 동맹을 바꿔가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끝없이 전쟁을 벌인다. 이 전쟁은 실질적인 승리나 정복이 목적이 아니며 국가 존속, 노동력 소비 그리고 무엇보다 당의 권력 유지와 내부 통제 이데올로기를 지속시키는 수단일 뿐이다.
오웰이 소설에서 묘사한 전쟁은 2026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치르는 전쟁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소설 속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전쟁은) 실질적인 이유도 없고, 이념 차이 때문에 생긴 것도 아니다. 싸우는 이유는 북쪽 빙하 지대를 손에 넣기 위해서다. 분쟁 지역은 모두 석유나 값진 광물이 묻혀있고, 더 많은 무기를 생산하고, 더 많은 석유와 석탄, 인간이 생산한 물품을 파괴하고 소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영구적인 전쟁은 그들의 사회체제를 평화적으로 존속시킨다. 그래서 ‘전쟁은 곧 평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이유를 이란 탓으로 돌렸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축적했고, 핵무기 수준까지 1주일 남았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 중이며 선제공격이 임박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와 관련한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자 트럼프는 “핵 프로그램을 보호하는 미사일과 드론 등 재래식 전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바꿨다. 그의 말을 아무리 따라가 봐도 전쟁을 왜 시작했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린란드를 손에 넣기 위해 중동을 때리는 ‘성동격서’ 전법이 아닐까 하는 의문까지 생길 정도다. 대통령의 ‘직감’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공습 명분과 기간, 목표까지 계속 바뀌는 모습은 <1984>의 전체주의 당이 과거 기록을 조작하는 모습과 묘하게 중첩된다.
<1984>의 빅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개인의 사상과 생활을 감시하는 ‘사상경찰’ 체계를 구축했다. 2026년의 이란전쟁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이 감시 체계를 완성했다. 이스라엘은 25년간 정보기관 모사드의 지휘 아래 이란의 교통 카메라 해킹, 통신 감청, 정찰 위성(오펙),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수도 테헤란에 ‘디지털 포위망’을 구축했다. 미국 전쟁부(국방부)의 AI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은 팰런티어의 온톨로지 기술로 모든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했고, 경호원과 운전기사의 출퇴근 패턴과 생활 양식까지 분석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실시간 위치를 ‘97% 확률’로 예측했다. 최근 개발 중인 앤스로픽의 미토스는 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스스로 샌드박스(AI 격리 공간)를 탈출하는 등 위험성이 커지자 공개가 보류됐다. ‘망설임’ 없는 AI는 핵 사용 시뮬레이션에서도 전술핵무기 발사 버튼을 서슴없이 눌렀다. AI가 오웰의 빅브러더로 현실화하는 모습을 우리는 눈뜨고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웰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미국), 윈스턴 처칠(영국), 이오시프 스탈린(소련) 등 연합국 수뇌부가 테헤란에 모여 전후 재편을 논의한 테헤란회담에서 전체주의 초강대국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1984>를 썼다. 소설 속 중동은 80년이 지나 실제 전쟁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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