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대 변화 반영해야 할 유류분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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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대 변화 반영해야 할 유류분 제도

내가 죽으면 재산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홀로 남아 가족을 돌봐야 하는 배우자 앞으로 전 재산을 남기고 싶은 사람도 있겠고, 눈에 밟히는 자식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산을 가족에게 상속하기보다 좋은 일에 기부하거나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해 준다는 건,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은 다음에도 자기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민법은 상속인이 될 사람을 정하고 있는데,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증여하거나 재산 처분에 관한 유언을 남겼더라도 상속인에게는 최소한의 몫을 보장해 준다. 이것을 유류분(遺留分)이라고 한다. 이런 유류분 제도는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유족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된다.

그런데 실상 우리 민법에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것은 여권(女權)신장의 일환이었다. 민법 제정 당시에는 유류분 규정이 없었고, 이는 1977년 민법 개정 시 신설됐다. 피상속인이 아들에게만 유산을 상속하더라도, 딸들에게 적어도 일정한 몫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이후 시간이 흐르고 사회상이 변화하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 제도가 정당한지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를 자세히 검토한 바 있다.

우선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한가? 핵가족 제도가 보편화한 현대 사회에서 형제자매가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인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곧이어 민법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다음으로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해야 할까? 이른바 ‘구하라법’은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다가 그 자녀가 많은 재산을 남기고 사망하자 상속을 요구하는 사례처럼 패륜적인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제도다. 이런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 법 감정에 반하는 일이다.

한편,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기여의 대가로 증여받은 경우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유류분을 산정하는 것은 정당한가. 이는 특별한 기여에 보상하고자 한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패륜적 상속인의 유류분권을 상실시키는 방안을 보완하고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고려하도록 입법 개선을 촉구하며 관련 조항의 효력을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서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미 개정 시한을 넘긴 상황이어서 국회의 조속한 처리가 요구된다.

생각해 볼 문제는 더 있다. 먼저 배우자에 대한 상속분이나 유류분을 조정할 필요는 없을까. 민법은 배우자의 상속분을 다른 공동상속인보다 0.5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고, 유류분 비율은 배우자나 직계비속이나 원래 상속분의 2분의 1로 같다. 그런데 피상속인 사망 시 배우자의 생존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부양이나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 고려해야 한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청구와 비교하면 상속에서 배우자를 더 우대할 필요가 있다.

법은 시대를 반영하고, 사람들의 달라진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 돼야 한다. 유류분 제도도 그렇게 변화할 수 있도록 성실한 입법 노력이 더해지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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