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민국 새 성장정책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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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민국 새 성장정책을 기대하며

새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를 기조로 삼고, 잠재성장률 3% 진입이라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기존 경제수석 직함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변경하고, 학자와 관료 출신으로 경제정책 관련 비서실 인선을 해 정책 실행의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는 과거 진보 정부가 성장과 분배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인해 정책적 실패를 겪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새 정부는 성장과 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하고, 재정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성장을 강조했지만, 기억나는 것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income-led-growth)’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이 아닌, 성장이라는 간판을 건 분배정책’이었다. 분배정책을 성장정책으로 포장한 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취업하지 못한 청년 및 실업자에게 부담을 안겼고,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한 기점이 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는 기대와 달리 성장과 분배, 고용 모두에서 심각한 부진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책 실패가 명확히 드러나자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왜곡·조작한 바 있다.

분배의 공정성은 성장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추가적인 투입, 그리고 경제 제도와 그를 결정하는 정치 및 제도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출이나 분배 확대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국가 차원의 구조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인구 감소와 기업의 투자의욕 저하, 그리고 구조개혁과 혁신 실종에 따른 생산성 하락으로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노동과 자본의 투입 확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과 혁신이 수반된 제대로 된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아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라면값이 2000원이 넘는 고물가가 서민들에게 주는 고통을 걱정하면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13조원을 국민 1인당 25만원씩 보편적으로 뿌릴까 하는 고민을 해서는 곤란하다. 즉 기본소득의 잔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고, 재정의 확대가 물가와는 상관이 없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지역화폐는 그 지역에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전국으로 확대되면 결국 온누리 상품권과 마찬가지가 돼 버리는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원론 수준의 논의를 잘못 사용하고서 고급경제학 이론이라고 얼버무리거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시킨 예시라고 주장하는 호텔경제학의 억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취소된 결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상의 변화를 실질적 성장이라고 우기는 궤변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되고 정립된 경제적 인과관계를 항시 거꾸로 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지엽적이거나 특수한 사례에 집착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물론 사람도 가끔 물구나무를 서면 혈액 순환이나 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거꾸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분배 개선이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분배 개선만을 통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고, 오히려 과도한 분배 중심 정책은 분배 자체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지난 진보 정부의 정책 성과가 보여준 명백한 교훈이며,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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