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권의 에너지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제2탄이라고 선언했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무엇인가. 1939년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치 독일이 핵폭탄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였다. 그 편지를 받아 든 루스벨트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1941년 연인원 10만 명을 동원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핵무기를 개발했다. 우라늄 폭탄은 일본의 히로시마에, 또 한 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은 나가사키에 떨어뜨려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며 태평양전쟁을 끝냈다.
AI 기술 발전에 국력을 총집결하고 있는 중국을 앞서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AI 기술 발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11월 미국 의회의 초당파위원회도 중국을 염두에 두고 AI판 맨해튼 계획을 제언했을 정도로 심각한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간의 뇌와 외부 장비를 접속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중국이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2024년 4월 지체장애인의 두뇌에 센서를 심은 뒤 로봇 팔을 사용해 한자 100자를 쓰는 실험에 성공했다.
AI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한 논란은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저장성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헤드기어를 씌워 뇌파를 측정하고, 수업 집중도를 점수화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실험을 했다. 이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실험대에 올려놨다”며 강하게 항의하자, 저장성 정부가 나서 해당 실험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AI 기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으며, 윤리적 측면의 논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윤리보다 개발 우선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권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AI 기술을 국가 주도 산업정책으로 채택하고, 500억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2030년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AI 관련 논란이 시작됐다. 일본 도쿄 근교 도시의 한 시장 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연설 도중 속주머니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약 5분간 연설했는데, 그 내용은 AI가 해당 지역과 주민 특성을 분석해 작성한 연설문이었다. AI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과거 연설 등을 학습해 새로운 후보자에게 즉각적으로 연설문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AI 기술을 둘러싼 세계 정세가 이처럼 급변하는 만큼 한국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AI 연구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민간 기업과 협력하고, 한국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해법을 모색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AI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기술 패권을 선점하지 못하면 외교·안보 측면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AI 기술은 단순한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AI 기술을 핵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제2탄이라고 평가할 만큼 AI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 역시 AI 기반 국방무기를 통해 자주국방의 미래를 준비해야만 AI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