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챗GPT가 공개된 이후 인공지능(AI)혁명은 기존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큰 기술 및 산업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관련 산업과 기업 투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AI산업 기반인 데이터센터와 전력 생산 투자도 증가하면서 미국과 주요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기업 부문에서 AI혁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이어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도 AI 기업과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형성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과거 닷컴버블 시기의 거품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가 거품 여부를 평가할 때 자주 활용되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최근 AI 호황 영향으로 미국 기업 평균 PER은 25배에 이르러 닷컴버블 시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AI 관련 기업의 PER은 70배에 달해 이 역시 과거 닷컴버블 시절 인터넷 관련 기업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과거 닷컴버블이 결국 무너진 것처럼 최근의 AI 버블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주가, 특히 AI 관련 기업 주가는 지속 가능성이 낮아 주가 폭락은 시간문제일 뿐 정해진 수순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AI 버블론에 반박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대부분의 인터넷기업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오직 미래 수익 기대만으로 투기적 수요가 급증했지만 현재의 AI 호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미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빅테크들이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력,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AI 호황은 금리 인상, 일부 AI기업의 실적 감소와 같은 충격으로 쉽게 무너질 정도로 허약한 거품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다양한 기술 혁신과 그로 인한 자산 시장 거품의 관계를 되짚어 보면 상반된 주장 속에서도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돌이켜보면 자산 거품을 동반하지 않은 기술 혁신과 혁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증기기관 발명 이후 철도산업에 대한 폭발적인 기대는 단기·투기적 투자 급증으로 이어졌고, 이후 거품 붕괴는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을 초래했다. 전기혁명과 인터넷혁명도 마찬가지로 과잉 투자에 따른 거품 형성과 붕괴의 충격이 반복됐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의 AI 거품론 역시 인류 역사에서 반복된 기술 혁신 또는 혁명에 따른 불가피한 또 하나의 거품이라는 해석은 피하기 어렵다. 모든 거품이 동일한 양상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실질적인 기술 혁신이나 산업혁명 없이 무분별한 금융 시장 규제 완화로 파생금융상품 위험도를 가늠할 수 없는 형태의 신종 주택담보부채권을 허가하고 유통시킨 데서 비롯됐다.
이를 금융 혁신 혹은 금융 혁명으로 포장한 것은 허위였다. 당시 미국 정부는 투기적 금융 자본에 포획돼 있었고, 이로 인해 사실상 모든 금융회사가 연루된 채 거짓 금융 혁신이란 이름 아래 거품을 키웠다. 그 결과 초래된 거품 붕괴는 세계 경제 동시 붕괴로 이어졌다.
적어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낳은 거짓 금융 혁신에 따른 거품과 현재의 AI 거품은 다르다. 현재 AI산업은 기술력과 수익성을 갖춘 실체 위에 형성돼 있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산업 전반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으며, 이는 AI 산업이 투기적 기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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