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중학생, 아시아를 차올리다…23년 만에 '은빛 발차기' 기적

23 hours ago 1

홍천 양덕중학교 최준영 군, 국가대표 데뷔 아시아대회서 준우승

작은 체구 약점, 노력과 성실함으로 극복…속도, 힘, 기술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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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훈련하는 최준영 군

[촬영 박영서]

(홍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첫 국제대회라 부담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준우승해서 아쉽긴 해요. 앞으로 멋진 태권도 선수로 성장해서 훗날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전교생 70여명의 시골 작은 학교에서 아시아 태권도 무대를 뒤흔든 주인공이 나왔다.

2학년 최준영(14) 군은 지난달 27∼28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태권도유소년선수권대회 남자 49㎏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준우승하며 2003년 양덕중학교 태권도부 창단 이래 햇수로 23년 만에 첫 태극마크라는 자부심을 안긴 준영 군은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서 태국 선수에게 패해 2위에 그쳤으나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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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훈련하는 최준영 군

[촬영 박영서]

남들보다 체구가 작다는 약점을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함, 강한 의지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다.

양덕중 태권도부 창단 멤버로 입단해 이제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된 조성인(34) 코치는 연신 엄지를 치켜들었다.

조 코치는 "준영이는 체구가 작은 대신 속도와 힘, 기술적인 부분에 장점이 있고, 특히 회전 발차기가 일품"이라며 "태권도를 워낙 좋아하고 성실한 데다 부모님의 노력과 학교의 지원들이 박자가 맞아 실력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도시의 큰 학교 선수들과 수준을 맞추려고 강도 높은 훈련에만 몰두하기보다 '태권도를 왜 해야 하는지', '인생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생각하면서 목표를 갖고, 즐거움을 찾는 자발적인 훈련 스타일도 메달 획득에 한몫했다.

준영 군은 "초등학생 때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했는데, 지금은 '아, 이래서 운동을 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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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양덕중학교 태권도부

[촬영 박영서]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한 준영 군은 4학년이었던 2022년 정선아리랑배 강원도 어린이 태권왕 대회에서 2위에 오르며 첫 입상의 기쁨을 누렸다.

입상의 보람을 동력 삼아 실력 향상에 매진한 준영 군은 진학의 갈림길에 섰을 때 망설임 없이 양덕중을 택했다.

"처음부터 양덕중 진학을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태권도장 관장님이 양덕중을 권유하셔서 한번 운동하러 갔었는데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즐거움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훈련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준영 군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미지 확대 태권도 시작한 초교 1학년 때(왼쪽)와 4학년 때 첫 입상 모습

태권도 시작한 초교 1학년 때(왼쪽)와 4학년 때 첫 입상 모습

[최준영 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대회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낸 준영 군의 도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준영 군의 다음 목표는 내년에 있을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의 입상이다. 유소년보다 한 단계 높아 고등학생들까지 뛰는 대회인 만큼 내년에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준영 군에겐 큰 도전이다.

선수로서는 더 큰 무대에서 금빛 발차기를 보여주는 꿈을, 또 언젠가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힘들 때마다 '할 수 있다'고 항상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코치님, 관장님, 동기 친구들과 형들에게 고마워요."

오늘도 준영 군은 더 큰 꿈을 향해 발을 힘차게 들어 올린다.

이미지 확대 아시아태권도유소년선수권대회서 은메달 따낸 최준영 군

아시아태권도유소년선수권대회서 은메달 따낸 최준영 군

[최준영 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onany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10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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