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나로에 젠틀 디시 케어, 싱크대 위 이솝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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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박귀임 기자] "깨끗하게 씻길까."

주방세제를 고를 때 대부분의 소비자가 떠올리는 기준은 단순하다. 잘 씻기거나, 저렴하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스타트업 마큐플이 2026년 2월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로에(NAROÉ)'는 이 질문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다. 싱크대도 감각적인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로에의 젠틀 디시 케어 / 출처=IT동아나로에의 젠틀 디시 케어 / 출처=IT동아

나로에가 첫 제품으로 선보인 프리미엄 주방세제 '젠틀 디시 케어'는 500ml에 2만 원이다. 일반 세제보다 최대 10배 비싼 가격이지만 광고 없이도 소비자가 움직였다. 론칭 초기 유입된 소비자는 작가, 디자이너, 인테리어 인플루언서와 같은 취향 선도층이었다.

브랜딩 전문가가 만든 브랜드

나로에는 한국어 '나로'와 프랑스어 강세 부호 에(É)의 조합이다. '나로 돌아간다', '내면으로 귀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 철학의 뿌리는 프랑스 출신 마르셀 프루스트 작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감각이 기억을 불러오고, 기억이 내면으로의 귀환을 이끈다'는 프루스트적 여정을 브랜드 경험으로 설계한 것이다.

특히 나로에는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리추얼을 꼽는다. 리추얼은 종교·문화적 의식을 뜻하는데, 마케팅에서는 반복되는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설거지를 예로 들어 보자. 단순히 '해치워야 할 집안일'로 여기면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으로 접근하면 향과 촉감 등에 기꺼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나로에는 '나로 돌아간다', '내면으로 귀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출처=IT동아나로에는 '나로 돌아간다', '내면으로 귀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출처=IT동아

창업자 박양신 대표는 15년 이상의 BTL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 경력자다. 그 결과 브랜딩 전문가가 만든 브랜드라는 인상을 제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깔끔하면서도 감각적인 로고의 경우 서성경 영화 미술감독이 디자인해 감성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EWG 그린 등급 원료·화장품급 보습 설계 '1종 프리미엄 주방세제'

젠틀 디시 케어는 '재(JAE)'와 '대(DAE)'로 구성된다. 재와 대나무를 세정에 사용했던 한국 전통의 지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제품명이다. 재는 저녁에, 대는 아침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선 재는 '가장 뜨거운 시간을 지나 남겨진 재는 가장 순수한 정화의 도구'라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우드 허브 아로마 향으로 베르가못, 티트리, 라벤더 등이 어우러진다. 대의 경우 '곧고 비워진 구조로 자라며 흐름을 맑게 만드는 자연의 질서를 지닌 대나무' 콘셉트에 따라 청량함과 묵직함이 공존하는 레몬 진저 향을 남긴다.

젠틀 디시 케어의 성분표를 살펴 보면 EWG 그린 등급 원료와 화장품급 보습 설계, 그리고 식용 가능한 향료를 배합한 1종(과일·채소용 세척제) 프리미엄 주방세제 기능을 한다.

젠틀 디시 케어는 EWG 그린 등급 원료, 화장품급 보습 설계, 식용 가능한 향료를 배합한 1종(과일·채소용 세척제) 프리미엄 주방세제 기능을 한다 / 출처=IT동아젠틀 디시 케어는 EWG 그린 등급 원료, 화장품급 보습 설계, 식용 가능한 향료를 배합한 1종(과일·채소용 세척제) 프리미엄 주방세제 기능을 한다 / 출처=IT동아

핵심 계면활성제는 알킬폴리글루코시드(APG)다. 이는 코코넛,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하며 EWG 그린 등급에 해당하는 원료다. 피부 자극이 낮고, 생분해성이 높아 최근 프리미엄 세정 제품에서 주목받는 성분이기도 하다. 솔비톨과 1,3-부틸렌글리콜의 경우 보습 기능을 담당한다.

또 식품에 쓰는 향료를 세제에 배합한 식품첨가향을 사용해 일반 합성향료에서 우려되는 피부 자극과 환경 잔류 문제를 원천적으로 피한다. 나로에에서 강조하는 '젖병까지 안심하고 세척할 수 있다'의 근거가 된다.

3주 사용해보니···세정력부터 분위기까지 '기대 이상'

기자는 젠틀 디시 케어를 3주 정도 직접 사용해봤다. 첫인상은 멋스러웠다. 제품 전체가 매트 블랙으로 싱크대 위에 뒀을 때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솝의 핸드워시가 욕실 선반에서 하는 역할을 이 제품은 주방에서 해냈다.

젠틀 디시 케어로 설거지 시 양념 묻은 그릇은 물론 기름진 접시까지 무리 없었다 / 출처=IT동아젠틀 디시 케어로 설거지 시 양념 묻은 그릇은 물론 기름진 접시까지 무리 없었다 / 출처=IT동아

세정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APG 계면활성제는 순하기 때문에 세정력이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젠틀 디시 케어로 설거지했을 때 양념 묻은 그릇은 물론 기름진 접시까지 무리 없이 처리했다.

젠틀 디시 케어는 맨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 출처=IT동아젠틀 디시 케어는 맨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 출처=IT동아

특히 기자는 피부가 예민해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면 바로 건조해진다. 이 때문에 고무장갑이 없으면 설거지를 꺼리는데 젠틀 디시 케어는 달랐다. 맨손으로 설거지를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핸드워시를 따로 쓸 필요도 없었다. 싱크대에 올려뒀던 기존 핸드워시는 더이상 쓰지 않게 돼 정리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싱크대 분위기도 달라졌다. 설거지하는 내내 향기로워 기분까지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주방세제를 쓰는 동안 공간의 감각이 달라지는 경험은 젠틀 디시 케어가 처음이었다.

젠틀 디시 케어 하나로 싱크대 분위기가 달라졌다 / 출처=IT동아젠틀 디시 케어 하나로 싱크대 분위기가 달라졌다 / 출처=IT동아

다만 젠틀 디시 케어의 향은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대는 처음 사용 시 상큼하지만 설거지가 길어질 경우 오래 맡다 보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반면 재는 생각보다 향이 진하지 않아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갔다.

기자와 함께 젠틀 디시 케어를 사용해 본 지인은 우드 계열 향을 즐기지만 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주방에서는 우드 허브보다 레몬 진저 향이 더 어울린다는 의견도 냈다. 기자는 반대였다. 이 경험은 브랜드가 설정한 공식인 아침용과 저녁용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고, 공간과 맥락에 따라 취향이 갈릴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이 제품의 향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맞고 안 맞고의 문제로 여겨진다.

젠틀 디시 케어는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했다 / 출처=IT동아젠틀 디시 케어는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했다 / 출처=IT동아

젠틀 디시 케어의 잔량 확인이 불가한 점은 아쉬웠다. 갑자기 주방세제가 떨어지는 경험은 프리미엄 제품에 기대하는 사용 경험과 어울리지 않는다. 펌프 횟수 기준의 잔여 사용 횟수 안내나 측면 엠보싱 눈금 같은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컬트 브랜드 전략 통할까

프리미엄 주방세제에 2만 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 아침·저녁 리추얼 개념에 공감하며, 레몬 진저와 우드 허브 향 모두 취향에 맞는 소비자. 이 조건이 겹치는 타깃층은 분명 넓지 않다.

선물용으로 구성된 젠틀 디시 케어 듀오 & 인디고 패브릭 키친 클로스 / 출처=마큐플선물용으로 구성된 젠틀 디시 케어 듀오 & 인디고 패브릭 키친 클로스 / 출처=마큐플

그럼에도 소비자는 더 안전하고 좋은 세제에 지갑을 연다. 기자는 2만 원짜리 주방세제를 직접 구매하기는 선뜻 내키지 않지만 집들이나 생일 선물로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인 역시 동의했다. 젠틀 디시 케어의 실제 고객 리뷰에도 '선물 받으면 진짜 센스있다는 소리 들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고가 제품이 직접 구매보다 선물 채널에서 먼저 소비되는 것은 낯선 패턴이 아니다. 컬트 브랜드는 특정 소비자에게 압도적으로 지지받는다. 타깃층이 좁더라도 브랜드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이솝의 핸드워시와 르크루제의 냄비가 그랬다. 스스로 사기엔 망설여지지만 받으면 만족도가 높은 제품력과 가격대, 나로에가 의도했든 아니든 그 자리에 위치해 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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