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택 교수의 D-엣지] 블록체인 기술 진화와 사회경제적 가치 확장

1 month ago 9
송민택 교수송민택 교수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의 수장자는 로널드 코스(Ronald H. Coase)였다. 그의 공로는 거래 비용과 재산권이 제도와 경제 성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힌 데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수상의 근간이 된 두 편의 논문이 훨씬 이전인 1937년과 1960년에 발표됐다는 점이다. 그가 남긴 '기업의 본질'과 '사회적 비용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코스는 기업이라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시장보다 조직이 효율적인 이유는 계약 체결 및 정보 탐색, 감시와 집행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거래비용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진적으로 축소돼 왔다. 특히 블록체인은 코스가 언급한 거래 비용의 요소들을 기술적으로 재구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화되고, 정보 탐색은 디지털 신원 인증으로 간소화되며, 감시와 집행은 블록체인의 분산 검증과 추적 로그로 대체된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거대한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간 매개자를 줄임으로써 거래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개방과 공유, 참여를 화두로 하는 웹2.0은 자유로운 정보 흐름과 거래 효율화를 어느 정도 실현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인터넷은 정보를 생성한 개인이 그 권리나 보상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인터넷이 풀지 못했던 소유와 책임의 구조화를, 블록체인은 정면으로 다뤘다. 정보 생성자에겐 출처와 권리를, 네트워크 기여자에겐 보상의 기준을 제공한다. 시장도 연결과 흐름의 시대를 지나, 이제 기여와 증명의 원리로 재편되고 있다.

초기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라는 낯설고 급진적인 실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제와 송금, 인증과 게임, 탄소배출권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적인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체인의 경계는 희미해져서 산업 맞춤형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제 블록체인은 금융과 물류, 행정 시스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으며, 더는 실험이 아닌 현실이다.

기술의 진화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수많은 프로토콜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며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블록 생성 속도는 단축됐고 거래 수수료는 크게 낮아졌으며, 초당 약 1만건의 거래(TPS)를 처리하는 고성능 프로토콜도 등장했다. 체인 간 상호운용성, 프라이버시 보호와 보안 기술, 규제 친화적 구조 설계 역시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실시간 연결성과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을 허물며 새로운 경제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토큰과 데이터를 매개로 한 가치 교환 구조가 확산되면서 자산 이전과 신뢰 형성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기반 위에서, 디지털 페이먼트와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금융은 새로운 경제 순환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매개체로서 가치 이전을 실현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블록체인 기술의 진화는 사회경제적 가치의 확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은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도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 중이다. 이제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의 진화와 가치의 확장이 연쇄적으로 시너지를 이루며 발전해 가는 모습이다. 필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할 신속한 제도적 응답이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nagaia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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