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도구는 잔뜩 들어왔는데 팀은 왜 여전히 엑셀과 메신저를 전전할까.' 많은 조직이 AI Ops를 도입하며 맞닥뜨리는 좌절이다. 클라우드-네이티브 환경에서 하루에도 수억개의 로그·이벤트가 쏟아지는 지금, 정보기술(IT) 운영팀은 분초를 다투며 알람을 꺼야 한다. 이 혼란을 정리해 주는 개념이 AI Ops다. 머신러닝으로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근본 원인을 추적하며, 조치를 자동화한다. 문제는 '모델'이 아니라 '정착'이다. 시스템을 만들어도 현업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돌이켜보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감각에 더 가깝다. 하이데거가 말한 '준비된 도구(ready-to-hand)'가 되려면, 도구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손놀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 모델과 대시보드는 등장과 동시에 '준비 되지 않은(unready) 사물'로 우리 의식을 가로막는다. 껄끄러운 인터페이스, 알 수 없는 경고음, 해석되지 않은 지표가 연달아 튀어나올 때 우리는 멈칫하며 과거의 손짓인 수작업과 구두 보고로 후퇴한다.
페이스북 AI 리서치팀 출신으로 수백개 기업의 AI 도입을 도운 레이첼 우즈는 이 딜레마를 풀려 CRAFT라는 5단계 루프를 제안했다. CRAFT 사이클은 이 불편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집요하게 짚는다.
첫 단계인 Clear Picture는 데이터 흐름을 시각화해 도구가 무엇을 대신하려 하는지 우리 몸에 각인하는 과정이다. 구조가 눈앞에서 '그려질' 때 사물은 불투명한 대상에서 투명한 연장으로 변한다. 이어지는 Realistic Design은 손에 맞지 않는 과시적 기능을 잘라내는 일이다. 범위를 좁히는 순간 키보드 위 손가락은 다시 리듬을 찾고, 우리는 시스템을 의식하지 않고 과업에 몰입한다.
AIify & Automate 단계에서 비로소 알고리즘이 삽입된다. 여기서 핵심은 자동화가 작업 동작을 끊지 않는지, 즉 몸의 일관된 제스처 안으로 흡수되는지다. 우리는 슬랙 slash 명령 하나로 모델을 호출하거나 기존 모니터링 패널 옆에 거대언어모델(LLM) 요약을 겹쳐 배치해 '새 창을 띄우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그렇게 도구는 다시 배경이 되었고 주의는 고객 장애라는 본질적 현상에 붙어 있었다. Feedback 루프는 이 몰입이 깨지는 순간을 즉각 포착해 수정한다. 알람이 과도해 손길을 흔들리게 했다면 임계값을 조정하고, 요약이 불분명해 눈길을 붙잡았다면 프롬프트를 리라이트한다. 매 루프는 도구가 몸에서 이탈하려는 순간을 붙잡아준다.
마지막 Team Rollout은 '공유된 몸'의 형성이다. 업무 채널 사이에 퍼지는 사용 후기와 구두 조언이 동료들의 촉각을 예열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시스템은 더 이상 새것이 아니다. 고장이 나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공기 같은 기반시설이 된다. 그때 AI Ops는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를 넘어 조직의 신체 감각을 확장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원격 근무가 일상이 된 시대에는 이 감각적 경험이 더 중요해진다. 사무실에서는 옆자리 모니터를 힐끗 보며 문제의 징후를 공유하지만, 화면으로만 연결된 팀은 도구를 통해서만 서로의 몸짓을 눈치챈다. 자동화된 알람이 불필요하게 붉은색으로 번쩍이면 멀리 떨어진 동료의 어깨는 과도하게 긴장한다. 현상학적으로 보면 AI Ops는 공동 감각의 교정 장치다. 올바른 색감, 진동, 요약 문구는 가상의 탁자 위에 배치된 모델의 촉감을 대신 전한다. 윤리 논쟁도 같은 층위에 놓인다. 모델이 내놓은 조치가 사용자를 차별하거나 모호한 결정을 강요할 때 우리는 불편함이라는 신체 감각으로 가장 먼저 반응한다. Feedback 루프가 이 감각을 수집하지 못하면 오류는 수치에 가려지고 조직은 무감각해진 채 위험을 견딘다. CRAFT는 로그와 그래프 사이에 '살아 있는 목소리'를 삽입해 기술·조직·사용자의 체험을 다시 맞물리게 한다.
결국 AI Ops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모델의 수치가 아니라 촉각적 신뢰다. 조직이 시간을 들여 Clear Picture를 그리며 도구를 의식 속에서 지워낼수록 사람들은 화면을 덜 바라보고 문제를 더 빨리 '느낀다'. 데이터가 손끝의 감각으로 환원되는 이 순간, 우리는 비로소 AI Ops를 생활 리듬으로 받아들인다. 도구를 감추는 일이야말로 현상학이 AI에게 주는 가장 실천적인 조언이다. 현상학적 렌즈는 이런 미세한 감각의 움직임을 포착해 기술적 문제를 경험의 문제로 번역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질문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알람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