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강동원 아역의 역변? 이효제 "24kg 찌울 만큼 간절" [인터뷰+]

1 day ago 1

/사진=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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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만 해도 실감 못 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배우 이효제(22)가 조심스럽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리고'가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친구 5인방 중 1명인 이효제도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이 쏟아지고, 길에서도 알아보는 이들이 늘었다. '완성형 아역 배우'로 이름을 알렸던 이효제는 '기리고'로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효제는 2014년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로 데뷔했다. 이후 '사도'(2015), '검은 사제들'(2015), '가려진 시간'(2016) 등 대형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배우 소지섭, 강동원 등 주인공들의 아역을 도맡아 했다. '톱배우 아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성인이 되면서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수백 번의 오디션 탈락, 이어지는 공백기. 이효제는 '기리고'를 "벼랑 끝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 시기는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작품이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했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죠. 오디션 최종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몇백 개를 떨어지고 나서 '올해까지 발버둥 쳐보고 안 되면 내게 재능이 없는 것이다'라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다 내려놓고 임한 오디션이 '기리고'였다. 박윤서 감독이 그의 이전 출연작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연락을 해왔던 것. 대본을 받아 연습해 갔는데, 중압감 대신 자유로움이 찾아왔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긴장을 불렀던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 생각하니까 '뭔들 못 해'가 됐어요. 후회 없이 하자고 계속 그렇게 봐오다 캐스팅이 됐습니다. 그렇게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이게 꿈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어요. 정말 좋아서 울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보낸 시간을 보상받는 것 같았거든요."

/사진=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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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g 증량, 한 달 반 만에…

'기리고'에서 이효제가 연기한 최영욱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장난기 많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극 중 의문의 앱 '기리고'를 가장 먼저 발견해 장난삼아 소원을 빌었다가 귀신에 조종당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인물이다. 그의 죽음은 평화롭던 서린고등학교가 피비린내 나는 저주의 현장으로 변하는 도화선이 된다.

이효제를 캐스팅하면서 감독이 요청한 건 체중 증량이었다. 감독이 요청한 20kg보다 더 많은 24kg을 정확히 한 달 반 만에 늘려갔다.

"원래 제가 잘 먹어요. 먹어도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더라고요(웃음). 끼니 때만 많이 먹고, 배 부르다 생각하면 안 먹었어요. 그런데 살을 찌워야 하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로제 떡볶이를 시키고, 점심에 로제 찜닭에 중국 당면을 추가해서 시키곤 했어요. 배달비만 평소에 3~4배를 쓴 거 같아요. 30분 지나면 김밥 한 알 들어갈 것 같다 싶으면 또 먹고. 처음엔 위를 늘리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몸이 바뀌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동 범위가 줄고, 숨소리도 달라지고, 서서 신발 끈을 묶던 것이 앉아서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변화가 캐릭터를 완성시켰다고 말한다.

"이미지가 변한 게 좋았어요. 그게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가 더 살았다고 생각해요. 몸이 찌면서 근육량도 늘고, 오히려 내 체형을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가 너무 말랐던 거였구나 싶었어요."

촬영이 끝난 후에는 바로 이어진 차기작 SBS '모범택시3' 촬영을 위해 일주일 만에 7kg을 빼며 다시 새로운 몸을 만들었다. 현재는 20kg 정도를 감량한 상태로 훈훈한 비주얼을 다시 뽐내고 있다.

"형욱이처럼 살아야겠다"… 메소드로 파고든 캐릭터

외관뿐 아니라 내면까지 형욱을 닮아가려 애썼다는 이효제였다. 신중하고 진지한 스타일인 '본체' 대신, "눈치 안 보고 쾌활한 형욱처럼 살았다"며 "후유증으로 촬영이 끝난 후에도 '경박스럽게 웃는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형욱이 즐기는 게임과 애니메이션도 직접 찾아봤다. '주술회전'부터 시작해 '귀멸의 칼날'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형욱이 즐기는 게임 '스컬'은 한 달짜리 클리어 과정을 2주 만에 완료했다.

"스컬 게임 스토리가 슬퍼서 눈물도 났어요. 원래 왕자였는데 마왕을 구하러 가다 스켈레톤이 되는 스토리거든요. 원래 피규어 수집을 좋아해도 남들이 다 본다는 건 안 좋아해서 애니메이션은 안 봤는데, 형욱이처럼 대사도 외우고, 실제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동작들도 따라 하며 연구했죠."

/사진=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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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 귀신이? "가위눌린 게 2번이나"

공포 드라마답게 촬영 현장에서는 기이한 경험도 있었다. 충남 홍성여고 폐교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그는 두 차례 가위에 눌렸다.

"첫 촬영을 마치고 누워 있는데 가위에 눌렸어요. '깨어나야 하는데' 싶었는데 몸이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그 순간 검은 긴 형체가 확 덮쳐오더니 퍼뜩 깼어요."

더 놀라운 건 촬영장에서 목격한 불빛이었다. 본관에서만 전기를 쓸 수 있는 구조였는데, 전기가 들어올 리 없는 신관 3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자각하는 순간 커튼이 닫히면서 불이 꺼졌어요. 너무 놀라서 확인도 못 했습니다. 촬영 다 끝내고 공개된 후에야 그 일이 생각났는데, '귀신이 맞는 것 같다'고 했더니 모두 소름 돋아 했어요. 다른 배우들도 다들 한 번씩 가위에 눌렸더라고요."

"다시 만나고 싶은 소지섭 박해일 선배님"

어린 나이부터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경험은 그에게 귀한 자산이 됐다. 특히 소지섭과 박해일은 지금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 선배들이다. 그에게 다시 만나고 싶은 선배들이 있냐고 물으니 바로 소지섭, 박해일이란 이름이 나왔다.

"소지섭 선배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생일도 챙겨주시고, 새해마다 연락 주셨어요. 제가 피규어를 좋아한다고 하니 피규어도 사주셨고요. 박해일 선배에게는 아역을 대하는 태도와 마인드를 배웠어요. 영화 '덕혜옹주' 촬영을 할 때 본인 촬영이 없는데도 제가 연기하는 걸 보러 와주셨어요. 제가 하는 걸 보고 캐릭터를 보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배워야겠다' 싶었어요."

좌절의 시간에도 연기자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효제다. 그렇게 연기에만 집중하며 연기자로 자리 잡길 바라 왔지만, 최근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건강한 취미 찾기에 돌입해 유도와 드럼을 여가 시간마다 하고 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기리고' 앱이 실제로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겠냐고 질문하자, 이때에도 '연기'라는 답이 나왔다.

"같은 조건으로 저주에 걸리더라도 소원이 이뤄진다면 주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그리고 죽지 않는다면, 죽기 직전까지 연기를 쭉 하고 싶습니다. 꾸준히 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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