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등 대표팀 선수들 이구동성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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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설하은]
(진천=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안세영, 서승재-김원호 조 등 에이스 선수들과 다른 선수 간 기량 차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에이스의 기량은 유지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부분이 고민거리입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훈련을 처음으로 진두지휘한 박주봉 감독은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공개 및 미디어데이에서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사령탑의 고민과 당면 과제를 밝혔다.
박주봉 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금메달,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은메달을 한국에 안긴 '배드민턴 전설'이다.
20년가량 일본 대표팀을 이끌다가 지난 4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박 감독은 지난달 초 중국 샤먼에서 열린 2025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수디르만컵)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오랜 기간 일본 생활을 한 탓에 그간 대회 때만 대표팀에 합류했고, 대회 일정이 없으면 다시 일본 자택으로 가 '두 나라 생활'을 했던 박 감독이다.
지난달 말 일본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서울에 새 보금자리를 구한 박주봉 감독은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된 6월 입촌 훈련 기간 처음으로 대표팀 훈련을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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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설하은]
다음 달 열리는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과 슈퍼 1000 중국오픈에 대비한 박주봉 감독표 강화 훈련은 선수들에겐 지옥 훈련이다.
새벽 훈련과 오전 훈련, 오후 근력 트레이닝까지, 훈련 일정이 빡빡한 날은 하루 세 탕을 뛰기도 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20면의 배드민턴 코트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려 왔다.
박주봉 감독이 훈련 초반 직접 코트 한가운데서 시범을 보이며 코트를 폭넓게 활용하기 위한 풋워크·스텝 훈련이 시작됐고, 직접 셔틀콕을 날리며 가르치기도 했다.
이후 단식 선수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코치들이 코트 끝에서 끝으로 보내는 셔틀콕을 끊임없이 받아내야 했다.
복식 선수들은 내내 서로의 훈련 상대가 되며 연습 게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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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설하은]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안세영은 "정말, 굉장히 힘들다. 이번 주를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올림픽 전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지만, 체감상 올림픽 전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여자 복식 이소희-백하나 조, 공희용-김혜정 조,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 역시 "너무 힘들다"며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박주봉 감독은 "대표팀이 나와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정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내 훈련 방식을 따라오는 과정이고, 나도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코트 훈련을 하면서 이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견례에서 앞으로 합숙 훈련 전엔 소속팀에서 어느 정도 몸을 만들어와야 버틸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아직은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이 준비가 조금은 덜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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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이 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5.6.9 yatoya@yna.co.kr
최근 열린 인도네시아 오픈 여자 단식에서 안세영이, 남자 복식에서 서승재와 김원호가 우승했지만 모두 천신만고 끝에 쉽지 않은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평가한 박주봉 감독은 간판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 간 기량 차도 크다며 강화 훈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감독은 "중국의 왕즈이(세계랭킹 2위), 한웨(4위), 천위페이(5위),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3위)의 거센 도전에 안세영은 거의 4대 1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서승재-김원호 조는 750, 1000 시리즈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남자 복식 조라 경쟁 팀들을 혼자 상대하니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대표팀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세계 톱 랭커 간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안세영과 서승재-김원호 조가 톱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힘든 건 당연하다. 이런 훈련을 이겨내고 부상 관리에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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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승재(왼쪽)와 김원호가 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5.6.9 yatoya@yna.co.kr
그러면서 "현재 에이스들의 기량은 유지하고, 다른 선수들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 간 갭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다른 선수들의 랭킹이 올라와야 급이 높은 대회를 같이 나갈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고민거리"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격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안세영에 대해서는 "슬로 스타터로서의 모습보다는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임하라는 주문과 순간적으로 점프해 스매싱·푸싱하는 공격, 팔꿈치부터 손목 스냅만 이용해서 빠르게 공격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은 처음이라는 박주봉 감독은 훈련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맞은 편 벽면 정중앙에 크게 걸린 태극기를 보고 감격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 올해 8월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oruh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17일 16시18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