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Globalization)는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라며 중동 전쟁의 충격을 이렇게 전했다. 전쟁으로 해상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자 현대차는 한국산 부품을 실은 유럽행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훨씬 먼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 항로로 돌렸다. 장기적으로 유럽 현지 부품 조달을 늘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또 1년에 한 차례 열던 공급망 회의를 최근 주간 단위로 열고 공급망 충격, 관세, 지정학적 긴장 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한 교역로와 자유로운 통항은 세계화의 필수 조건이었다. 교역을 통해 상호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는 1, 2차 석유파동과 코로나19 사태를 능가할 후폭풍을 몰고 왔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휘발유 값조차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헬륨,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 등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휘청거렸다.
▷미국과 이란이 가까스로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 전처럼 ‘항행의 자유’를 누리기는 어렵다. 이란이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받겠다며 ‘호르무즈 톨게이트’를 벼르고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작사업’ 추진을 생각해보겠다”라며 숟가락을 얹었다. ‘해협 톨게이트’가 다른 곳으로도 확산하면 물류비 상승과 세계 교역 위축은 피할 수 없다.▷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동 전쟁으로 탈세계화가 가속화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는 거세질 것이다. 기업들도 세계화 시대에 주효했던 ‘비용 절감’보다 경제 안보 시대의 ‘공급망 안정’을 생존 조건으로 꼽고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다. 수출 길이 더 좁아지고 시장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우리 기업들이 더 늘어날지 모른다. 중동 사태는 탈세계화의 거친 파고 속에서 한국 경제의 생존법을 묻고 있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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