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7명, 4376편.’
1988~2023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배출한 석·박사 수와 발표 논문 수다. 한 해도 빠짐없이 57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와 121편 이상의 논문을 배출해온 셈이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1988년 설립 이후 국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의 ‘인재 양성 요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1980년대 초 국내에 불어닥친 ‘반도체 붐’이 설립 계기였다.
정부는 1981년 전자공업을 미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를 국책연구과제로 선정했다. 반도체 발전에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고, 국내 대학으론 최초로 서울대 내에 공동연구소가 세워졌다. 이들은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 인재 육성에 집중했다. ‘인재가 곧 경쟁력’이란 가치를 새겼다. 30여 년간 기업 임원 4900여 명을 포함해 총 2만559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제19~21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을 지낸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이곳 출신이다.
설립 때부터 아시아 최대 교육용 팹(반도체 제조설비)을 갖춰 주목받았다. 현재 연구소 내 총 172점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공정 장비인 E-빔(BEAM)을 포함한 포토리소그래피 15점, 측정·분석을 위한 FE-SEM 등 42점 등이다. 반도체 회로 폭을 10억분의 1m 이하로 생산하는 ‘나노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장비다.
연구소는 태생에서부터 ‘공동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대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외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소를 개방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다루는 다국적 연구센터 IMEC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다양한 장·단기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대학·대학원 재학생과 반도체산업 종사자가 대상이다. 반공연을 중심으로 전국 6개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와 협업체계가 구축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충남대 등이 협력 대학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고, 산업계 인력난을 공동으로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탁월한 인재 배출이 지속돼야만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꾸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