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기반 삼아 중동 정보기술(IT)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중동 지역의 인공지능(AI) 전환에 발맞춰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사우디에 아라비아 지역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기반을 닦으며 중동 지역의 AI 전환(AX) 파트너 지위를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2일까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IT 전시회 ‘리프(LEAP) 2025’에서 AI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통합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9일 막을 올린 LEAP는 ‘사우디판 CES’라 불리는 IT 전시회다. 1800여개 기업이 이곳을 찾아 신기술을 소개한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을 지키는 네이버의 AI 밸류체인’을 주제로 사우디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소버린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LEAP에 참여해 중동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아람코 디지털과 사우디 대중교통공사(SAPTCO)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해는 ‘네이버가 만드는 사우디의 AI’를 기조로 삼았다. AI 가치차슬을 한데 묶어 구현하려는 것이다. AI 모델을 비롯해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IT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려는 목적이다.
네이버는 이에 발맞춰 사우디 리야드에 아라비아 지역본부를 세운다. 지난달 ‘네이버 아라비아 지역본부’ 설립 인가를 완료했다. 중동 법인은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이끈다. 네이버는 이 본부를 통해 중동 지역 전체를 총괄한다.
네이버는 2년 전부터 사우디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10월 사우디 자치행정 주택부(MOMRAH)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지난해 9월에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랍어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산하 국영기업과 합작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함께 스마트시티 사업도 추진한다.
사우디가 네이버와 손잡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소버린 AI‘ 확보다. 소버린 AI는 영어와 중국어가 아닌 자국어로 LLM을 개발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네이버가 2023년 공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에 아랍어 데이터를 학습시켜 현지 문화에 맞는 생성형 AI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사우디는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 주요 국가들은 지난해부터 소버린 AI를 강조해왔다. 사우디는 지난해 3월 AI 분야에 400억달러(약 53조56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AI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AI 시장 규모는 64억7592만달러(약 9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45.2%에 이를 전망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