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대표 무죄…향후 선거판 거짓말은 어떻게 단죄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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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3.26 17:31 수정2025.03.26 17:31 지면A35

서울고등법원이 어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 김문기 전 성남시도시개발공사 1처장 관련 등 이 대표의 네 가지 발언 모두 허위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나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중형이 무죄로 바뀐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하나 흔쾌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로 해석되진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4명의 사진을 찍어 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 조작한 거죠”라고 했다. 조작 여부를 떠나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1심에선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가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성남시장 시절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한 데 대해선 “과장이지만 허위라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성남시와 국토부 공무원들은 협박은 없었다고 증언했고, 1심도 인정했다. 국정감사 당시 이 대표는 유력 대선 후보였다. 대선 핵심 쟁점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사안에 대해 ‘과장’으로만 넘어갈 수 있는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그간 법원이 정치인의 허위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과도 배치된다. 선거판에서 또 다시 거짓이 난무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벌써부터 대선 준비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는 데다 5개 재판 중 하나만 2심 선고가 나왔을 뿐이다. ‘진실과 정의의 승리’라고 주장하지만 거짓말 자체가 없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대법원의 어깨가 무겁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법 규정대로라면 2023년 9월 전에 마무리했어야 했다. 이렇게 된 데는 사법부 책임도 큰 만큼 대법원은 재판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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