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종의 신차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업무협약(MOU)을 통해 협력의 물꼬를 튼 지 1년 만에 신차 공동 개발·부품 조달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전기차 공습과 미국의 관세 폭탄이라는 이중고 속에 한·미 대표 자동차업체가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강점을 지닌 소형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과 전기 상용밴, GM은 중형 픽업트럭 플랫폼을 각각 개발해 공유한 뒤 내외장을 추가해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원자재·부품 공동 조달과 물류 협력, 탄소 저감 강판 공동 개발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다. 현대차와 GM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부과된 25% 관세로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2분기에만 8282억원 감소했고 GM 역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이 발생했다. 이번 달부터 관세율이 15%로 낮아지긴 했지만 관세를 판매가에 100% 전가할 수 없어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이런 수익성 악화를 최대한 막기 위해 신차 개발 비용과 부품 조달 비용을 공동으로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양사는 주력 모델이 겹치는 ‘간섭효과’가 작아 제휴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현대차·GM 동맹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업체 간 합종연횡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포드·폭스바겐, GM·혼다, 일본 도요타·스바루·마쓰다 등은 서로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엔 일본 2·3위 자동차업체인 혼다와 닛산이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관련 플랫폼 소프트웨어 공통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양사의 협력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술과 혁신을 공유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성공적인 협업 모델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