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투자마저 노조 파업 대상으로 만드는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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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5 17:48 수정2025.07.25 17:48 지면A23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고용부는 얼마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을 대상으로 정부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달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노조법 개정 정부안은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 주요 내용이다. 사용자의 범위를 현행 ‘사업주, 사업의 경영부담자’에서 ‘실질적·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혔다. 회사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기업 노동자도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자동차나 조선 업체는 수백, 수천 개 하청 업체 노조의 교섭 요청에 응하느라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이다.

기업들은 이에 더해 노동쟁의 개념 확대에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쟁의행위 대상은 ‘근로조건’에 한정되는 데 반해 정부안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회사의 구조조정, 생산설비 해외 이전, 해외 투자 등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경영상 의사결정까지도 정당한 파업 대상으로 삼게 하는 것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노사 간 이견이 생기면 무조건 파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게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한국에서 합법 파업을 이처럼 확대한다면 파업 만연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상법 개정과 증세 예고로 기업들을 옥죄는 정책이 쏟아지는 판이다. 미국발 관세폭탄과 중국발 제조업 굴기에 신음하는 경제계를 위해 노란봉투법만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실용 정부의 최소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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