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신고를 다시 반려해 우려를 낳고 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나 자금 사용 목적에서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기재 수준이 미흡한 점이 있다”는 모호한 근거를 들어 기업 자금조달에 제동을 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3조6000억원 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주식 가치 희석, 승계 활용 가능성 등 주주 반발이 나오자 금감원 정정신고 요구를 받고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여 지난 8일 새로 신고서를 제출했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임팩트 등 계열사에 3자배정한다고 어제 공시했다.
K방산의 대표 주자인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와 차입금 등으로 11조원가량을 확보해 설비 투자 및 해외 방산기업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화에어로는 “금감원 요청을 검토해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나 기존 증자 일정이 틀어진 만큼 상반기 자금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의 과도한 규제는 고유의 금융감독 기능을 넘어선 영역으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 주주 목소리와 정치권 관심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앞서 정부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대해 비난을 산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심사에 대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 없이 정정 요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반복적 반려가 혹여 이 원장의 고집스러운 상법 개정안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기업 자금조달 통로로써 유상증자 문턱은 크게 높아졌다. 시장 상황도 상황이지만 금감원의 반복적인 정정신고서 요구 등 관치와 관료주의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어서다. 이런 식이면 기업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국민경제 전체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