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어제 한국은행도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8%로 대폭 낮춰 전망했다. 지난 2월 1.5%로 발표한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깎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 대응을 위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인하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다”고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내수 침체는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 가계부채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 개선되더라도 속도가 더딜 가능성이 큰데, 미국 관세 부과 영향 등으로 수출 둔화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우려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제동을 뚫고 관세 부과 수위를 오히려 높이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올해 성장률이 0.7%로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통화·재정 정책만으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 맞춤형 대응을 통해 제로 성장 위기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영업 및 건설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내수 기반을 다지면서 신산업 육성과 수출 경쟁력 회복 등에 나설 시간을 벌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효율적인 재정 지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그러려면 재정지출 승수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은행과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 소비·투자의 재정승수는 0.68, 이전지출의 재정승수는 0.22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상품을 조달하면 100원으로 68원의 효과를 보지만, 각종 지원금 같은 현금을 지급하면 22원의 효과만 얻는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부 조달과 SOC 투자 승수가 이전지출 투자 승수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게 중론이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을 포함해 올해 예산 집행부터 재점검해 SOC와 신산업 분야 인프라 투자 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