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3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다. 고율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가 두 번째다. 자동차와 차 부품이 대미 수출 품목 1, 3위여서 연관산업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칭한 4월 2일엔 상호 관세 부과까지 예고돼 있어 미국발 관세 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자동차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영구적이고 100% 확실하다”며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이번 조치는 미국 경제에 일자리와 부를 가져다줄 흥분되는 일”이라며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현지 생산이 유일한 해법임을 거듭 못 박은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서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연간 수출이 9조 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량의 90%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은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최근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현대차그룹도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단기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관세 충격이 완성차 업체에 그치지 않고 수천 개 협력업체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당장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자동차 부품이 관세 대상에 포함돼 뿌리 산업이자 중견·중소업체가 포진한 부품업계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5% 관세에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까지 추가되면 충격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관세 폭탄이 수출 감소를 넘어 한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6일 미국 신공장 준공식에서 “관세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여서 한 기업의 투자가 관세 정책을 크게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상·외교 라인을 복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세 유예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대미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단판 승부로 해결되지 않는 관세 전쟁에서 민관이 ‘팀 코리아’로 움직여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