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AI는 두 정당에 대한 호감도(100점 만점)를 조사했는데, 50점 미만으로 “국민의힘이 싫다”고 한 응답자는 68.8%였다. 특히 호감도가 10점도 안 돼 ‘매우 싫다’는 응답은 40.0%였다. 반대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이 싫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4.1%에 이르렀다. 이 중 25.7%는 ‘매우 싫다’는 응답이었다. 특히 이들은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한다”거나 “분노를 일으킨다” 등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 같은 혐오 정서가 이 연구소의 4년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매우 싫다’는 국민의힘 지지자는 58.8%에 달했는데, 4년 전 50.5%보다 커졌다. 또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는 민주당 지지자는 69.0%였는데 이 역시 4년 전 40.8%보다 크게 늘었다.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극단적 비호감 정서가 훨씬 강화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결국 둘로 쪼개진 듯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에 가깝다. 이번 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64.9%였던 반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3.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탄핵 찬반과 무관하게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비호감, 혐오 정서는 뚜렷하고 이에 맞춰 거대 양당도 이념적으로 극단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EAI 진단이다.더 큰 문제는 이런 양극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뒤 정치권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동의한 응답자가 67.8%에 달했을 정도다. 정치 양극화 문제가 ‘중증’ 수준에 들어섰다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극렬 지지자들을 “애국시민”으로 부르며 한 정파의 지도자처럼 행동하고,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도 일방통행식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2, 3개월은 탄핵심판 결과와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누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지, 더욱 좀먹게 하는지 드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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