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정국 속 혐오 짙어진 정치 양극화… 민주주의 좀먹는다

1 month ago 7

중견 정치학자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지난달 22, 23일 인터넷 웹조사 방식으로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양극화 인식조사’ 결과는 12·3 계엄사태 이후 깊어진 정치 갈등의 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각각 “싫다”는 비호감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강한 적대감도 확인됐다.

1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EAI는 두 정당에 대한 호감도(100점 만점)를 조사했는데, 50점 미만으로 “국민의힘이 싫다”고 한 응답자는 68.8%였다. 특히 호감도가 10점도 안 돼 ‘매우 싫다’는 응답은 40.0%였다. 반대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이 싫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4.1%에 이르렀다. 이 중 25.7%는 ‘매우 싫다’는 응답이었다. 특히 이들은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한다”거나 “분노를 일으킨다” 등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 같은 혐오 정서가 이 연구소의 4년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매우 싫다’는 국민의힘 지지자는 58.8%에 달했는데, 4년 전 50.5%보다 커졌다. 또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는 민주당 지지자는 69.0%였는데 이 역시 4년 전 40.8%보다 크게 늘었다.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극단적 비호감 정서가 훨씬 강화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결국 둘로 쪼개진 듯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에 가깝다. 이번 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64.9%였던 반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3.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탄핵 찬반과 무관하게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대한 비호감, 혐오 정서는 뚜렷하고 이에 맞춰 거대 양당도 이념적으로 극단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EAI 진단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양극화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뒤 정치권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동의한 응답자가 67.8%에 달했을 정도다. 정치 양극화 문제가 ‘중증’ 수준에 들어섰다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극렬 지지자들을 “애국시민”으로 부르며 한 정파의 지도자처럼 행동하고, 압도적 국회 의석수를 앞세운 민주당도 일방통행식 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 2, 3개월은 탄핵심판 결과와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누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지, 더욱 좀먹게 하는지 드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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