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6일 헌재에서 “아직 계엄 해제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대통령에게서)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곽 사령관이 (국회)의원으로 이해한 거지, 내가 말한 적이 없다”거나 “인원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은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를 군을 동원해 막으려 했느냐 여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급박한 상황에서 당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엔 입을 닫은 채 “다짜고짜 끌어내라 지시할 수 있느냐” “의원 표현 쓴 적 없다”는 식의 반론만 펴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서 “의결정족수 안 찼다” “문을 부수고서라도” 등의 말을 들었다는데 꾸며낸 얘기라는 건가. 그러나 이 발언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검찰에서 “(4차례 전화 지시에서) 대통령이 총을 거론했고, 문을 부수라 했다”고 한 진술과도 맞아떨어진다.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에게 전화로 지시받을 때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었고, 마이크를 통해 현장의 부대원들도 들었다고 한다.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밝혀질 것이다.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 여부도 탄핵 심판의 중요한 쟁점이다.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언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간첩 수사 잘하라고 격려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시를 받은 뒤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고 10여 명의 정치인 이름을 들은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대통령으로부터 A4 용지에 쓴 정치인 등 체포자 명단을 받았다고 인정했다.이런 본질 흐리기 전략은 ‘탄핵 공작’ 음모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직접 “홍장원 공작과 곽종근의 (민주당 의원인)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고 있는 두 사람이 야당과 손을 잡고 ‘없는 사실을 불순한 의도로 지어내 누명을 씌우는’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몰아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무모한 명령을 따르다 구속되거나 곤경에 처한 군 장성 등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계몽’ ‘경고’ 의도가 몇몇 부하들 때문에 오해받고 있다는 황당한 생각을 드러냈을 뿐 정작 핵심 쟁점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떤 말로 쟁점 흐리기를 시도해도 그날 밤 벌어진 군의 국회 장악 시도 사실이 덮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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