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한경과의 인터뷰(6월 11일자 A8면)에서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30개 미래산업 기술 중 적어도 5개는 한국이 1등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투자금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1호 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제시하고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과 연구개발(R&D) 예산 확대를 약속한 새 정부인 만큼 귀 기울여볼 만한 원로의 제언이다.
세상에 없는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지만, 성공률이 낮아 그 리스크를 모두 떠안을 민간 기업은 없다는 것이 김 전 의장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중국 일본 등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나라는 정부가 기업 투자 금액의 절반가량을 보조해준다는 것이다. 만약 실패해도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부수 기술을 국가 경제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R&D 지출이라고도 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미래산업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벌리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분야 R&D에 평균 175%의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이 1조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1조7500억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지원이라고 해봐야 세액공제가 고작인 한국과는 비교 불가다. 그나마 대기업 특혜라는 발목잡기에 지원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그 결과가 8대 미래산업 분야별 톱10에 든 기업 수 ‘중국 18개 대 한국 2개’라는 뼈아픈 현실이다. 중국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역시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주며 첨단산업 분야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에서 보듯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기술력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독보적이라고 자신하던 반도체마저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정부의 파격 지원 없이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구도다. 나 홀로 싸우고 있는 우리 기업을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