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대법원뿐만 아니라 1·2심까지 모든 확정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 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에 규정된 헌법소원 청구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부분을 삭제한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을 포함해 총 8개 항 개정 의견이 담겼다. 헌재가 법원 판결 위헌 청구를 인용하면 해당 판결을 취소하고 관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 현행 3심제가 사실상 4심제가 되고, 헌재가 대법원 위의 최고 법원이 되는 셈이다. 헌법 제101조 2항(법원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자칫 다수 의석 정당의 대통령이 헌재를 통해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한 발상이다. 헌재가 가처분 조항을 신설, 확정 판결의 효력을 소급해 정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법적 불안정성과 혼란을 부를 우려가 크다. 노골적 조직 이기주의에 헌법이 무너질 판이다. 이런 식이면 판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헌재로 몰려들 것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사건처리 건수가 901건에 달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헌재가 폭증하는 소원 청구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나.
민주당이 판·검사를 겨냥해 추진하는 ‘법왜곡죄’(형법 개정안)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법을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경우, 범죄 혐의가 발견되고 인정됨에도 수사 또는 기소하지 않은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유불리를 불문하고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한 경우, 증거 해석·사실 인정·법률 적용을 왜곡 묵인한 경우 처벌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판·검사의 범법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판에 법리 판단 영역까지 왜곡이라는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법 침해 행위다. 증거 해석·법률 적용 왜곡 등은 제각각의 해석이 가능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일련의 사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법치의 심각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