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동맹 간 공유 정보의 유출을 이유로 일종의 제재 조치까지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 정 장관의 누설은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답변 과정에서 “오늘 이 시각에도 째깍째깍 북의 핵능력은 커지고 있다”며 “영변과 구성, 강선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이사회 보고 내용이라고 했는데, 정작 그로시 총장은 ‘구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측 민감정보가 정 장관 발언에 섞여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고 단순 실수로 넘길 일도 아니다. 싱크탱크의 자료나 비공식 자료도 아닌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거론한 정보다. 정보 유출은 그 출처나 수집 방법을 드러내 향후 정보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정보는 향후 대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섣부른 유출로 유용한 카드를 날린 꼴이 됐다.
다만 미국 측의 민감한 대응에는 그간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는 듯하다.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권이나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둘러싼 동맹 간 마찰의 한복판에는 늘 대북 유화파인 정동영 장관이 있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내세워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2000kg 보유를 언급하며 미국 등 정보기관의 추정치라고 했다가 전문가 의견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부분적이라고 해도 미국의 정보 공유가 축소되면 그만큼 우리의 대북 감시태세 약화도 우려된다. 그간 외교부가 맡았던 미국과의 대북정책 조율까지 통일부가 맡겠다고 주장했던 정 장관이다. 대북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에 동맹 간 불신을 낳았다. 예민한 정보를 허투루 다루면서 주도권을 내세울 수는 없다. 무거운 처신과 함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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